K리그 클래식(1부 리그)은 정규리그 중간에 성적에 따라
상·하위 리그를 구분해 스플릿시스템 라운드를 별도로 진행한다. 강팀들끼리 맞붙는 경기는 아무래도 박진감이 넘친다. 그런 박진감이
시즌 최종전까지 이어진다. 2013시즌 우승 타이틀을 놓고 1위 울산 현대(승점 73)와 2위 포항 스틸러스(승점 71)가
12월1일 오후 2시 울산문수경기장에서 90분 혈투를 벌인다. 정규리그 마지막 승부다. 양 팀 격차는 승점 2. 홈 팀 울산은
무승부 이상, 원정 팀 포항은 이기면 우승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적어도 동등한 우승 기회가 열려있는 셈이다. 울산 김호곤
감독은 “진짜 결승전”이란 표현으로, 포항 황선홍 감독은 “FA컵 우승은 정규리그 평정을 위한 발판”이라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진검승부. 승리의 여신은 과연 누구에게 미소를 보낼까. 스포츠동아는 SWOT 분석을 통해 울산과 포항 전력을 집중 해부했다.
■ Strengths (강점)
홈 전적 14승3무1패 ‘압도적’
●울산= 울산문수경기장은 ‘호랑이 굴’로 통한다. 이곳에서 원정 팀이 웃은 기억이 거의 없다. 올해 14승3무1패로 절대적인 홈 승률(86.1%%)을 자랑한다. 35골10실점. 상대는 울산 원정에서 힘을 못 썼다. 포항과 상대 전적도 올해 2승1무다. 5골2실점을 했다. 홈 열기도 기대된다. 울산은 홈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같은 대대적인 관중몰이를 준비 중이다. 당시 스탠드를 가득 채운 4만4000여 만원관중은 A매치 못지않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FA컵 우승 이후 5연승 ‘흐름’
●포항= 축구는 흐름이다. 포항은 10월 FA컵 결승에서 전북을 꺾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FA컵 우승 이후 정규리그 5연승. 한 번도 지지 않았고, 그간 12골을 터뜨렸다. 좋은 성적 속에 자신감도 드높다. 일찌감치 FA컵 우승으로 챔스리그 티켓을 거머쥐면서 부담을 덜어냈다. 정규리그에서 힘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포항은 한국 프로축구사에 길이 남을 역사 창조까지 함께 준비한다. 1996년 FA컵 대회 창설 이후 18년 동안 정규리그와 FA컵을 모두 차지한 팀은 없다. 포항의 시선은 전무한 ‘더블’을 향하고 있다.
■ Weaknesses (약점)
김신욱·하피냐 ‘경고 누적’ 결장
●울산= 뿌리까지 뽑혀버린 투 톱이 최대 걱정이다. 30골을 합작해온 장신(197cm) 스트라이커 김신욱(19골)과 브라질 공격수 하피냐(11골)가 27일 부산 원정(1-2 패)에서 경고를 받아 결장 기준인 3회를 채웠다.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공적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까이끼도 부상이 심해 출전할 수 없다. 공격진에 대한 대대적인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김신욱을 활용한 단순한 축구는 울산의 최대 강점이었지만 이제 아킬레스건이 됐다. 최근 6연승으로 승승장구하다 딱 한 번의 치명적인 패배로 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왼쪽 풀백 공백에 ‘속수무책’
●포항= 꾸준한 경기력을 과시해온 포항이지만 한계는 있다. 순수한 토종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다보니 조직력은 우수하지만 ‘용병 없는’ 아쉬움이 자주 느껴진다. 두껍지 않은 스쿼드도 걱정스럽다. 당장 왼쪽 풀백이 공백이다. 동료들에게 활력을 불어넣던 김대호의 경고누적은 치명적이다. 박희철도 11월 허벅지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다. 울산이 포항의 왼쪽 측면을 적극 공략하면 속수무책이다. 오른쪽 풀백을 경험한 미드필더 김재성과 핵심 중원 요원 이명주의 포지션 전환도 고려되고 있지만 100% 확실한 카드는 아니다.
■ Opportunities (기회)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는 ‘응집력’
●울산= ‘이 없으면 잇몸’이란 표현에 기대를 건다. 위기는 곧 기회다. 울산은 특유의 감투 정신에 기대를 건다.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는 응집력이 있다. 한상운, 호베르토, 김용태 등 상대적으로 부족한 출전 속에서도 꾸준히 제 몫을 해온 자원들이 진짜 힘을 발휘할 때다. 특히 울산은 다양한 득점 루트와 화력 분포를 자랑해왔다. 김신욱이 없는 상황에서 전혀 생각지 못한 전술과 깜짝 스타가 탄생할 수 있다. 물론 울산의 전성기를 가져온 ‘철퇴축구’의 근간인 방패는 여전히 단단하다.
날카로움 장착한 ‘세트피스’ 기대
●포항= 포항은 맛깔 나는 패싱 플레이로 ‘스틸타카’란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단순한 구단을 넘어선 K리그 최고 히트상품이 됐다. 경기 중 미드필드를 쉼 없이 보강하며 상대 수비의 빈틈을 적극 파고든다. 이른 바 ‘제로(0) 톱’ 전략은 포항의 자랑이다. 높은 볼 점유율도 든든하다. 포항이 울산의 탄탄한 수비를 헤집기 위해선 강한 몰아치기 전략이 필수다. 조금씩 살아난 세트피스도 긍정적이다. 그동안 이명주와 김승대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세트피스는 김재성이 최근 책임지면서 날카로움을 장착했다.
■ Threats (위협)
2인자 트라우마 극복이 관건
●울산= 2인자 트라우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통산 우승 횟수(2회)보다 준우승의 기억이 더 많았다. 벌써 6차례나 2위를 경험했다. 준우승 징크스 유지냐, 탈출이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사실 울산은 포항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비기기만 해도 정상이다. 제 경기력만 발휘하고, 그간 포항에 강했던 좋은 기억만 되살리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쫓기는 자의 입장은 익숙지 않다. 울산은 ‘마라톤’ 전략에 따라 최대한 선두권을 유지하되 치고 오를 작은 틈을 놓치지 말자는 각오로 긴 레이스를 끌어왔지만,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지금은 크게 부담스럽다.
울산 넘은 적 없는 심리적 부담감
●포항= 포항은 올 시즌 동해안 더비에서 유독 약했다. 시즌 중반까지 선두를 달렸지만 울산에 늘 가로막혔다. 상대 전적 1무2패. 결승전이 돼 버린 울산 원정이 벅차게 느껴지는 건 당연하다. 포항은 김신욱과 한상운 등 울산 공격진 이외에도 김성환, 마스다가 버티는 미드필드 싸움에서도 자주 어려움을 겪었다. 그로 인한 심리적인 부담이 크다. 2011년 11월 PO 패배를 기점으로 울산에 뒤지기 시작했다는 생각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포항은 수십 대의 원정 버스를 동원할 계획이다. 적지에서 열린 FA컵 결승처럼 좋은 추억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yoshike3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