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민(39·국가대표팀 코치·사진)은 전주원(40·우리은행 코치), 박정은(36·삼성생명 코치)과 함께 20년간 한국여자농구를 이끌었던 ‘황금세대’의 일원이다. ‘여자농구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포인트가드, 스몰포워드, 파워포워드, 센터 등 어떤 포지션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냈던 완벽한 선수였다. 단순히 기술뿐 아니라 승부근성 등 정신력도 뛰어났다.
정 코치는 “우리는 당시 한국여자농구를 세계 정상으로 이끌었던 선배들을 따라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선배들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잘 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젊은 선수들은 절실하게 매달리는 부분이 조금 약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한국여자농구의 세계랭킹은 10위권 내외다. 이달 초 태국 방콕에서 열렸던 제25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에선 새롭게 정비된 일본에 비록 무릎을 꿇긴 했지만, 중국을 누르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 멤버였던 정 코치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며 “변연하(KB국민은행), 신정자(KDB생명), 이미선(삼성생명) 등 노장 선수들의 투혼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미 10년 넘게 국가대표를 해오고 있는 선수들의 세대교체는 불가피하다. 실제로 일본은 20대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포스트 변연하’, ‘포스트 이미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표팀 신진세력으로는 김정은(하나외환), 김단비, 최윤아(이상 신한은행) 등이 손꼽힌다. 정 코치는 “앞으로 우리 한국여자농구를 이끌 젊은 선수들이 있다”고 했지만 “과제는 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선수들이 현실에 안주하는 측면이 있는데, 그러면 안 된다. 좀더 농구를 잘 하기 위해 절실하게 매달렸으면 한다. 그래야 한국여자농구가 계속 발전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