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입단식… 2년 93억원 사인
“삼성 우승 못했으면 해외 못 갈뻔… 이 악문 KS 7차전 가장 생각나”
“안녕하세요. 한신 타이거즈 투수 오승환입니다.”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다 내년부터 일본 프로야구 센트럴리그의 명문팀 한신에서 뛰게 된 오승환(31·전 삼성)이 4일 서울에서 정식 계약서에 사인했다. 계약조건은 2년간 최대 9억 엔(약 93억 원).
그런데 자칫했으면 오승환은 내년에도 삼성에서 뛸 뻔했다. 이날 조인식에 참석했던 송삼봉 삼성 단장은 오승환의 계약과 관련된 흥미로운 뒷얘기를 들려줬다. 오승환이 한 해 전 이미 해외 진출을 타진했고, 당시 송 단장은 “우리가 한국시리즈 3연패에 성공하면 외국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던 것. 송 단장은 “1승 3패로 몰린 올해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오승환에게 ‘이러다 외국 못 가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 그랬더니 승환이가 ‘아닙니다. 우리가 무조건 이깁니다’라고 하더라.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내리 3연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고 회상했다.
이날 입단 조인식에서 그동안 한국에서 뛰며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알려 달라는 질문에 오승환은 올해 한국시리즈 7차전을 꼽았다. 그는 “9시즌을 뛰면서 277세이브를 했는데 매 경기가 항상 중요했다. 하지만 올해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는 우리가 최초로 통합 3연패(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차지했고, 그 덕분에 나도 해외 진출을 하게 돼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만약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더라도 오승환을 보내줬겠냐’라는 질문에 송 단장은 “정말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승환이와 정말 많은 대화와 협상을 하지 않았겠냐”라고 답했다.
내년 시즌부터 한신의 전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시카고 컵스)의 등번호인 22번을 달게 되는 오승환은 “한국에서 해 온 대로 매 경기 공 하나하나 집중해서 던진다면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분에 넘치는 평가를 받아왔다. 일본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한신의 우승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후지카와 등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46개) 경신에 대한 질문에는 “내가 그 기록을 깬다는 것은 팀 성적도 그만큼 좋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팬들도 많이 좋아해 주실 것 같다”고 답했다. 오승환은 10일 일본 오사카로 출국해 13일 현지에서 입단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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