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프로배구 남자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자신의 성공 비결로 “닥치고 훈련”을 꼽는 이유다. 제자 중 처음으로 감독이 된 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이 선택한 길 역시 마찬가지였다. 5일은 김 감독이 데뷔 후 첫 경기를 치른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기려면 절실함만 가지고는 안 된다. 간절해야 한다”면서 “절실함을 간절함으로 만드는 게 바로 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승리는 자신 없는 눈치였다. 김 감독은 “아직은 팀을 만들어 가는 단계다. 2라운드는 지나야 첫 승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머 감각을 발휘해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때 일본에 패한 뒤) 삭발하고 햇수로 20년 만에 머리를 밀게 생겼다”며 웃었다. 창단 후 10연패를 당하면 선수단은 물론이고 배구단 전원이 삭발을 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러시앤캐시는 이날 경기 전까지 8연패 중이었다.
다행히 김 감독이 머리를 미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송명근(20)의 오픈 공격이 상대 블로킹에 맞고 코트에 떨어진 순간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한데 뭉쳐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러시앤캐시는 이날 경기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NH농협은행 V리그 안방경기에서 LIG손해보험을 3-0(25-19, 25-23, 25-18)으로 완파하고 창단 후 9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바로 이전 신생팀 우리캐피탈(현 우리카드)은 창단 뒤 두 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기 때문에 러시앤캐시의 창단 후 8연패는 V리그 기록으로 남게 됐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외국인 선수 바로티(22·헝가리)였다. 바로티는 이날 24득점(공격성공률 61.11%)을 퍼부으면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시즌 초반 김세진 감독이 “심각한 상태라고 봐도 좋다”고 혹평했던 때와 비교하면 백조가 된 미운 오리 새끼였다. 바로티는 경기 뒤 “처음에는 한국식 훈련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참고 견디다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 뒤로 자신감도 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역시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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