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도가 처한 위기와 가능성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2월 7일 07시 00분


효자종목 유도, 2012런던올림픽 최고 성적 후 침체의 연속
2013코리아그랑프리에서도 예상 밑도는 성적으로 위기감 증폭
김원진vs최광현, 김재범vs왕기춘 라이벌 구도로 인천서 명예회복 다짐


매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각광받아온 유도가 2012런던올림픽 이후 급격한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도 보통 위기가 아니라는 데 유도인들은 대체로 공감하고 있다. 한국유도는 런던올림픽에서 김재범(28·-81kg급)과 송대남(34·-90kg급)이 금메달, 조준호(25·-66kg급)가 동메달을 따냈다. 금 2개, 동 1개는 1988서울올림픽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그러나 런던올림픽 이후부터 먹구름이 잔뜩 꼈다. 송대남은 은퇴해 국가대표팀 코치가 됐다. 김재범은 지난해 12월 도쿄 그랜드슬램대회에서 오른 팔꿈치 인대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은 데다 목표의식마저 상실하며 긴 공백기를 가졌다. 김재범은 올 8월 열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선수권대회에도 나가지 못했다. 차세대 에이스로 손꼽힌 왕기춘(25)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한 뒤 방황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을 대체할 만한 새 얼굴이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침체기가 긴 여자유도는 더 기대하기가 힘들다.

위기설이 현실화된 것은 8월 리우세계선수권이었다. 여자 -70kg급의 김성연, +78kg급의 이정은, 남자 -60kg급의 김원진이 동메달을 딴 것이 전부였다. 특히 남자유도의 부진은 충격적이었다. 대회를 마친 뒤 대한유도회 차원에서 조인철 대표팀 감독을 소환해 ‘청문회’를 열 정도로 심각했다. 기술유도의 대가인 조 감독은 “기술 위주의 훈련에서 벗어나 한국식 체력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성과가 당장 나타나긴 어렵다.

5~6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코리아그랑프리대회에서도 한국은 개최국의 이점에도 불구하고 대회 첫날인 5일 금메달 2개에 그쳤다. 김원진과 여자 -57kg급의 정다운이 우승했을 뿐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금메달 숫자가 너무 적었다.

19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전기영 용인대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해 “위기가 맞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에이스가 없는 한국유도는 이제 경쟁구도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 현역 시절 윤동식이라는 라이벌이 있어서 자극이 됐듯 남자 -60kg급에서 김원진과 최광현, 남자 -81kg급에서 김재범과 최근 체급을 올린 왕기춘이 경쟁하면서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전 교수는 내다봤다.

일단 대한유도회는 조인철 감독 체제를 2014인천아시안게임까지는 신임할 전망이다. 한국유도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위기를 반전시킬 성과와 더불어 2016리우올림픽의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줘야 할 상황이다.

제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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