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2017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유치에는 두 사람의 발품과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 주인공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51)과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62)이다.
정몽규 회장은 올해 5월 U-20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국을 비롯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프랑스 우크라이나 아제르바이잔 폴란드 아일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니지 멕시코 등 12개국이 유치의향서를 제출하며 경쟁에 참여했다. 정 회장은 유치를 위해 15차례나 해외 출장길에 올라 약 20개국을 방문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총회, 북중미 골드컵, 2013년 U-20 월드컵 등을 방문해 투표를 행사할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 25명을 만나러 다녔다.
FIFA 부회장을 지내며 국제 축구계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정몽준 명예회장은 정몽규 회장을 측면 지원했다. 1994년 FIFA 부회장에 선출된 정 명예회장은 4선에 성공하며 2011년까지 활동했다. 2011년 FIFA 부회장 선거에 낙선했지만 그 이후에도 직간접적인 축구 외교에 나섰다.
여기에 국제대회를 여러 번 유치했던 한국의 능력과 경험 등이 인정을 받으며 한국은 일찍부터 유력한 유치 후보로 떠올랐다. 한국이 대회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유치의향서를 제출했던 많은 나라가 유치를 포기했고 11월에 최종적으로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나라는 한국과 아제르바이잔 2개국으로 압축됐다. 한국은 5일 브라질에서 열린 FIFA 집행위원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을 제치고 대회를 유치했다. FIFA가 주최하는 4대 메이저 대회(2001년 컨페더레이션스(대륙간)컵, 2002년 한일 월드컵, 2007년 17세 이하 월드컵,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를 모두 유치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멕시코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다.
이번 대회는 국비 지원 없이 치러지는 대회라는 점에서 눈에 띈다. 그동안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국제대회 유치와 국비 요청으로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U-20 월드컵은 국비 지원 없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지어진 경기장을 활용하고 FIFA와 대한축구협회의 재원만으로 치러진다. 체육과학연구원에 따르면 이 대회는 800여억 원의 경제 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U-20 월드컵은 숱한 축구 스타를 배출해 왔다.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이상 아르헨티나) 티에리 앙리(프랑스) 등이 U-20 월드컵을 통해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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