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영수(32·사진)는 정규시즌 14승(4패)으로 다승왕을 차지하며 당당히 골든글러브 투수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04년 17승(2패)으로 다승왕에 오른 뒤 생애 2번째 다승왕. 특히 9년 만에 다승왕에 복귀한 것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그 이전에 손민한이 롯데 시절이던 2001년과 2005년 4년 간격으로 다승왕을 차지한 것이 가장 긴 기간이었다.
그러나 배영수는 “골든글러브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방어율이 4.71로 썩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개막전(3.2이닝 8실점) 등 일부 경기에서 대량실점을 한 탓에 수치가 치솟았다.
배영수의 재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팬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선수들에겐 용기를 전해주고 있다. 2007년 오른쪽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은 뒤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을 때 모두들 “끝났다”고 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 때마다 터무니없어 보이는 약속을 한 가지씩 내걸었다. 그리고는 거짓말처럼 그 약속을 지켜나갔다.
직구 구속이 시속 130km를 겨우 넘던 시기에 배영수는 “150km 구속을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모두들 안쓰러운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그는 피나는 노력 끝에 현재 147∼149km로 끌어올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1월 15일 기사 참조)에서 “이제 다승왕 한번 해야겠다. 할 때도 됐다”고 큰소리를 쳤다. 2009년 1승12패를 했던 투수. 역시 많은 이들이 웃어넘겼지만, 그는 기어코 약속을 지켰다.
배영수는 “사람들이 안 된다고 했지만 어쨌든 다승왕을 했다. 그러면 됐다”며 웃고는 “골든글러브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 대신 내년 시즌 MVP(최우수선수)에 도전하겠다”고 더 큰 공약을 내걸었다. 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 다음날인 11일 일본 도토리로 자율훈련을 떠난다. 배영수의 2014시즌은 벌써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