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까지 기른 머리카락을 멋들어지게 빗어 넘긴 신사가 단상 위에 섰다. 그 앞으로 위풍당당한 체격을 자랑하는 한 젊은이가 성큼 다가왔다. ‘불사조’ 박철순(57·전 OB)과 ‘괴물’ 류현진(26·LA 다저스). 한국프로야구의 태동을 함께 한 선배 투수와 그 길을 메이저리그까지 넓힌 후배 투수가 한 자리에서 만났다. 9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2013 CJ마구마구 일구상’ 시상식이 그 무대였다.
류현진은 이날 이상훈 고양 원더스 코치와 함께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일구회는 시상자로 프로야구 원년에 24승을 따내 초대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던 박철순 알룩스포츠 회장을 초대했다. 박 회장은 “이렇게 오랜 만에 이런 자리에 와서 야구계 선후배들을 만나니 기분이 무척 좋다”며 “올해 류현진의 경기를 종종 봤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투수더라. 그 선수에게 상을 주게 돼 나도 기쁘다”며 감탄사를 토해냈다.
이뿐만 아니다. 원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인 김유동(59·전 OB)도 직접 단상에 올라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최고 거포인 넥센 박병호(27)에게 최고타자상을 시상했다. 한때 그라운드를 빛낸 전설들의 손에서 새로운 별들의 손으로 트로피가 넘어가는 순간, 시상식장에는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한편 일구대상은 유소년야구 발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원조 코리안 메이저리거 박찬호(41·전 한화)에게 돌아갔다. 또 최고투수상은 손승락(넥센), 신인상은 유희관(두산), 의지노력상은 이동현(LG), 지도자상은 차명석 코치(LG), 프런트상은 LG 트윈스, 아마지도자상은 윤영환 감독(경성대), 심판상은 최수원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에게 각각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