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 웽거 감독 눈밖…출전 기회 희박 홍명보 감독엔 “안 되면 겨울 이적” 약속 위건? 국내 유턴? 브라질행 승부수는?
운명의 시간이 왔다.
박주영(28·아스널)이 결단을 내릴 시기가 됐다.
내년 브라질월드컵 조 추첨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함께 H조에 속했다. 어떤 상대를 만나는지 못지않게 우리가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대표팀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도 바빠졌다. 12일 귀국하는 홍 감독은 당장 내년 1월 3주 동안 이어질 전지훈련 멤버를 짜야 한다. 상대국 전력분석과 최종엔트리 확정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월드컵을 향한 활시위는 이미 당겨졌다. 사실상 지금부터 월드컵 체제다.
박주영은 홍 감독의 구상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박주영은 홍 감독이 가장 신뢰라는 원 톱 자원이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과 작년 런던올림픽에서 홍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다. 박주영이 한국 공격수 중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그가 지금 경기를 뛰지 못해 감각이 정상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박주영은 올 여름 유럽 이적시장에서 팀을 옮길 거라는 예상을 깨고 아스널에 남았다. 박주영은 2011년 여름 아스널에 입단했지만 벤치로 밀렸다. 리그 컵 3경기, 정규리그 1경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박주영은 작년 여름 셀타 비고(스페인)로 1년 임대를 갔다. 활약은 기대 이하였고 올 여름 다시 아스널로 복귀했다. 이적이 유력해 보였지만 의외로 박주영은 잔류를 택했다. 박주영의 경기감각이 뚝 떨어져 있어 대표팀에 뽑지 못하는 홍명보 감독에게도 이는 큰 고민거리였다. 홍 감독은 9월 영국을 방문했을 때 박주영을 직접 만났다. 박주영은 그 자리에서 “아스널에서 한 번 더 승부를 걸어보겠다. 안 되면 겨울에 이적 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감독은 이를 믿었다. 지금까지 박주영을 한 번도 대표팀에 소집하지 않은 것은 일종의 배려였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걸었지만 실패했다. 여전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올 시즌 첼시와 리그 컵 경기에 후반 36분 교체 투입된 게 전부다. 아스널 웽거 감독의 플랜에 박주영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남은 12월 한 달 동안 대반전이 일어날 확률도 희박하다.
남은 길은 하나다. 박주영은 홍 감독과 약속한대로 내년 1월 열릴 이적시장에서 새 팀을 찾아야 한다. 대표팀만을 위한 게 아니다. 뛸 수 있는 팀으로 가야 박주영도 산다.
일단 박주영은 유럽 내 이적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 10월 제안을 받았던 위건처럼 챔피언십(2부 리그)이라 해도 개의치 말아야 한다. 지금은 자존심이나 연봉 등을 따질 때가 아니다.
만약 유럽 내 이적이 여의치 않으면 국내 유턴도 고려해볼만 하다.
K리그로 돌아와 월드컵 전까지 꾸준히 뛰면서 몸을 끌어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량을 회복해 월드컵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뒤 다시 유럽 무대를 노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홍 감독은 박주영을 기다려줄 만큼 기다려줬고 배려할 만큼 배려했다. 이제는 박주영이 응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