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즌 첫 500-1000m 동시 석권
절친 이상화 세계신 승승장구에 절치부심 “소치서도 꼭 2관왕 올라 새 역사 쓰겠다”
또다른 절친 이승훈과 장거리 훈련 결실
내년 2월 러시아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단연 ‘빙속 여제’ 이상화(24·서울시청)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화는 올 시즌 출전한 7차례 월드컵 레이스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타 공인 소치 올림픽 금메달 0순위다.
하지만 8일(한국 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막을 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4차 대회의 주인공은 모태범(24·대한항공)이었다. 모태범은 이날 열린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87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전날 남자 1000m 금메달(1분09초50)까지 더해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올 시즌 4차례의 월드컵에서 남녀를 통틀어 500m와 1000m를 동시 석권한 선수는 모태범이 유일하다.
○ 이상화에게 자극받고
3차 월드컵까지 모태범은 한 개의 금메달도 따지 못했다. 그 사이 한국체대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이상화는 3차례나 세계기록을 경신하며 승승장구했다.
자존심 강한 모태범에게 이상화의 존재는 큰 자극이 됐다. 모태범은 “어릴 적부터 함께 훈련해 온 상화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이다. 지난 시즌부터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화의 모습이 내게는 큰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남자 500m 금메달과 1000m 은메달을 딴 모태범의 눈은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해냈던 것처럼 내년 소치 올림픽에서 500m와 1000m를 모두 제패하는 것이다. 이상화도 해내기 힘든 목표다.
여자 500m의 절대강자인 이상화는 1000m도 병행하기는 하지만 현재 기록을 볼 때 두 종목 동시 제패를 바라보긴 힘들다. 그렇지만 원래 주 종목이 1000m였던 모태범은 500m에서 꾸준한 성적을 내 왔고, 이번에 처음 1000m 금메달까지 땄다. 그는 입만 열면 “소치 올림픽에서는 1000m에서 금메달을 따 보고 싶다”고 말해 왔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태범이가 이번 대회 2관왕에 오르면서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소치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라 한국 스케이트의 새 역사를 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이승훈에게 배우고
지난달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때 모태범은 남자 1000m에서 6위에 그쳤다. 2차 대회에는 불참했고, 3차 대회 성적은 10위였다.
그랬던 모태범이 어떻게 4차 대회에서 남자 1000m의 지존 샤니 데이비스(미국)를 꺾고 우승할 수 있었을까. 모태범의 소속팀 지도자인 권순천 대한항공 감독은 “태범이가 1000m를 목표로 여름부터 지독할 정도로 체력훈련을 많이 했다. 특히 레이스 후반 체력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3000m와 5000m 등 장거리를 많이 탔다. 그 효과가 이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거리 훈련을 할 때는 역시 한국체대 동기이자 소속팀 동료 이승훈(25)이 큰 도움이 됐다. 이승훈은 밴쿠버 올림픽 남자 1만 m 금메달리스트다. 모태범은 “대회를 치를 때마다 많을 걸 배우면서 감이 살아나는 걸 느낀다.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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