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미국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의 최고 승자는 ‘슈퍼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61·사진)였다. 보라스는 추신수와 저코비 엘즈버리 두 선수에게 각각 1억 달러(약 1060억 원)가 넘는 계약을 안기며 스타급 선수들과 절친인 “인기 래퍼 제이지가 스포츠 에이전시 시장에 뛰어들면서 그의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던 우려를 불식시켰다.
클리블랜드 스카우트를 지낸 대니얼 김 Spotv 해설위원은 “보라스는 전체 계약 금액의 5%를 수수료로 받아간다”고 전했다. 결국 보라스는 추신수와 엘즈버리 계약만으로 올겨울 1415만 달러(약 150억 원)를 벌었다. 김 위원은 “이와 별도로 광고 출연 등 마케팅 계약의 15∼17%를 에이전트가 받아간다”고 설명했다.
보라스는 박찬호 김병현 류현진 등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에이전트를 맡아서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윤석민과 소프트뱅크와 계약한 이대호의 에이전트도 보라스다. 해마다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한 선수는 175명 안팎에 달한다.
보라스는 원래 세인트루이스, 시카고 컵스 산하 팀에서 뛴 마이너리그 선수였다. 그러나 무릎 부상으로 4년 만에 은퇴했다. 은퇴 뒤 보라스는 모교 퍼시픽대에서 약학 박사 학위를 땄고, 이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컵스는 은퇴 선수 복지 프로그램으로 보라스의 로스쿨 학비를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컵스는 자기 돈을 들여 모든 구단의 ‘공공의 적’을 키운 셈이다.
보라스는 변호사 초기에는 전공을 살려 제약업체 집단 소송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그러다 고교 동창이나 마이너리그 시절 팀 동료들의 계약을 도와주면서 야구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보라스는 결국 1983년 ‘보라스코퍼레이션’을 세우고 본격적으로 에이전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보라스코퍼레이션의 특징은 오직 야구 선수만 고객으로 둔다는 점이다. 보라스는 “내 최고 성공 비결은 야구에만 집중한 것”이라고 자주 말한다. 그는 야구 선수 출신답게 어지간한 스카우트보다 선수 보는 눈이 뛰어나다.
그의 눈썰미가 맞아떨어진 대표 사례가 류현진이다. 지난해 보라스는 “류현진은 마크 벌리(메이저리그 통산 186승)급 선수”라고 홍보하고 다녔다. 많은 이들이 이 말을 허풍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사실이었다.
보라스는 A급 선수에게 S급 선수 몸값을 선물하기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구단들은 “선수 몸값 거품의 주범”이라며 그를 공격하면서도 그의 선수 보는 눈을 믿기에 “몇 푼 아끼려다 후회하지 말자”며 ‘적과의 동침’을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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