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구하려 부산 감독 그만두고 왔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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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에 실업자 된 안익수 前감독… “시민구단 살아남은 것으로 만족”

1년간 고락을 같이했던 코칭스태프와 함께 짐을 싸 들고 나온 그의 표정은 의외로 덤덤했다. 오히려 “이미 끝난 일인데 뭐 하러 여기까지 왔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안익수 전 성남 일화 감독(48·사진)이 계약 기간 2년을 남기고 쓸쓸히 성남을 떠났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클럽 유소년 지도자 잉글랜드 연수 프로그램에 동행했다 25일 귀국한 그는 2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인근 팀 숙소에서 모든 짐을 빼 집으로 향했다. 성남 일화를 인수한 성남시는 안 감독이 외유 중인 20일 성남 시민구단 창단 사령탑에 박종환 감독(75)을 선임했다. 구단 관계자들은 “성남시 측에서 안 감독도 선수단과 함께 계속 간다고 했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안 감독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안 감독은 해체 위기의 성남을 도와주기 위해 안정적인 직장까지 포기했지만 이제는 실업자 신세가 돼 아쉬움을 남겼다. 박규남 성남 사장은 모기업의 어려움으로 팀 해체 위기에 봉착하자 지난해 12월 ‘일화 맨’인 안 감독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안 감독은 1989년 일화 천마(성남) 창단 멤버로 합류해 박종환 감독과 함께 1996년 K리그 첫 3연패를 일군 주역이다. 안 감독으로선 부산 아이파크와 계약기간이 2년 남았지만 ‘고향 팀’의 절실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다. 당시 박 사장은 정몽규 부산 구단주에게까지 부탁해 안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당초 3년은 버틸 것이란 예상을 깨고 1년 만에 구단이 매각되는 바람에 안 감독만 공중에 뜨게 됐다.

안 감독은 “7개의 별(우승)을 딴 성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유지된 것에 만족한다. 팀을 새롭게 창단할 때 많은 장애가 생기는데 경험이 많은 박 감독님께서 노련하게 잘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민구단의 경우 변수가 많을 텐데 나이 드신 감독님이 잘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향후 계획’에 대해 안 감독은 “부족한 나를 채우는 기회로 삼겠다. 내가 작은데 너무 큰 꿈을 꾸고 있었다.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성남=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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