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는 이야기가 있다. 감동과 환희가 있고, 때론 눈물도 있다. 스포츠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실력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지만 때론 꼴찌가 일등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스포츠다. 2014년에는 소치동계올림픽과 브라질월드컵, 인천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연이어 열리는 등 그 어느 해보다 다양한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새해를 앞두고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의미에서 ‘2013 스포츠 7대 뉴스’를 정리했다.
# ‘피겨 퀸’의 화려한 귀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228.56점(쇼트프로그램 78.50점+프리스케이팅 150.06점)의 세계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23·올댓스포츠)는 올림픽 이후 제법 오랫동안 빙판을 떠나 있었다. 그 대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평창스페셜올림픽 홍보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스포츠 외교대사로 일했다. 소치동계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은퇴냐, 현역 연장이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 그는 결국 도전을 선택했고, 복귀 무대였던 3월 16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 런던에서 열린 2013 ISU(국제빙상연맹)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압도적인 연기와 발군의 기량으로 총점 218.31점을 받아 또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마치고 돌아온 ‘피겨 퀸’은 이제 내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정조준한다.
#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1986 멕시코월드컵 이후 8회 연속 본선 진출이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6월 1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 A조 마지막 경기 이란전에서 0대 1로 패했지만 4승2무2패로 이란(5승1무2패)에 이어 조 2위로 브라질월드컵 본선 티켓을 따냈다. 최종예선 과정에서 선수 선발과 관련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시한부 사령탑’을 맡았던 최강희 감독이 본선 티켓 확보 후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6월 새 사령탑으로 맞은 국가대표팀은 12월 열린 본선 조 추첨에서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와 H조에 편성됐다.
# ‘리듬체조 요정’ 세계 톱 5
손연재(19·연세대)는 아시아선수권 개인종합 금메달, 카잔 하계 유니버시아드 은메달에 이어 8월 30일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 리듬체조 선수권대회에서 후프, 볼, 곤봉, 리본 4종목 합계 70.332점으로 개인종합 5위에 올랐다. 2012 런던올림픽 개인종합 5위에 이은 또 한 번의 쾌거였다. 예선 6위로 결선에 진출한 손연재는 리본(17.516점), 후프(17.783점), 볼(17.683점), 곤봉(17.350점) 순서로 연기를 펼쳐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2010 모스크바 대회에서 32위, 2011 몽펠리에 대회에서 11위에 그쳤던 손연재는 우크라이나 대회에서 처음으로 톱 10에 진입하며 런던올림픽에서 거둔 5위가 허상이 아님을 증명했다.
# ‘빙속 여제’의 신기록 퍼레이드
이상화(24·서울시청)는 2013~2014시즌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2차 대회 여자 500m에서 일주일 새 세계기록을 3번 갈아치우는 등 올 한 해에만 세계기록을 4번이나 작성했다. 1월 중국 위징의 종전 기록(36초94)을 36초80으로 갈아치우며 첫 세계기록을 세운 이상화는 11월 10일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디비전A(1부 리그) 2차 레이스에서 36초74로 다시 새 기록을 세웠다. 이어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16~17일 이틀간 열린 2차 대회 1·2차 레이스에서 각각 36초57과 36초36으로 잇달아 자기 기록을 단축했다.
# 삼성 천하 2013 프로야구
신생구단 NC 다이노스가 1군에 진입해 처음으로 9개 구단 체제로 운영된 프로야구는 삼성 라이온즈가 2011~2012년에 이어 올해도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며 최초 3년 연속 통합 챔프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페넌트레이스 종료를 사흘 앞둔 10월 2일 롯데전에서 승리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일찌감치 확정한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각각 넥센과 LG를 제치고 올라온 페넌트레이스 4위 두산과 7차전 접전 끝에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시리즈 4차전까지 1승3패로 밀려 대업 달성의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5차전 이후 내리 3경기를 잡는 뚝심으로 새 역사를 완성했다.
# ‘메이저의 여왕’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올 첫 메이저대회인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2008년 US여자오픈 이후 약 5년 만에 ‘메이저 왕관’을 썼다. 이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미국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웨그먼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US여자오픈마저 석권해 63년 만에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며 ‘메이저의 여왕’에 등극했다. 4월 15일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박인비는 지난달 시즌이 끝날 때까지 33주 연속 1위를 지켰고, 정상자리에서 한 해를 마감했다. 무엇보다 11월 LPGA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올해의 선수’로 꼽히는 영광을 안았다. 박인비는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선정한 ‘2013년을 빛낸 세계 여성 15인’에도 뽑혔다.
# 메이저리그 ‘괴물 투수’
한국 프로야구 출신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26)은 첫 시즌부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코리안 몬스터’의 힘을 마음껏 보여줬다. 정규시즌에서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차례 완봉승을 포함, 14승8패 방어율 3.00을 기록했다. 빅리그 전체 신인 가운데 가장 많은 192이닝을 던지는 꾸준함도 자랑했다.
신시내티 소속으로 올 시즌 타율 0.285와 출루율 0.423, 21홈런, 20도루, 54타점을 기록한 추신수(31)는 3년 만에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그는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로 ‘1억 달러 사나이’를 예약했다. 계약기간 5년에 연평균 연봉 2000만 달러 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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