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판 러시아 잡고 반드시 16강… 그 뒤엔 무슨 일 벌어질지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일 06시 30분


브라질 월드컵 앞둔 홍명보 감독 신년 인터뷰

지난해 6월 최강희 감독(전북)으로부터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명보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팀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지난 여섯달을 회고했다. 그는 “감독을 맡은 뒤로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남은 기간에 잘 해결하고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포즈를 취했다.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지난해 6월 최강희 감독(전북)으로부터 축구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넘겨받은 홍명보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팀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지난 여섯달을 회고했다. 그는 “감독을 맡은 뒤로 드러났던 문제점들을 남은 기간에 잘 해결하고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근처의 한 커피숍에서 포즈를 취했다. 박화용 스포츠동아 기자 inphoto@donga.com
“나는 항상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인생은 결과가 말해주는 인생이다.”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44)은 “국민들에게 좋은 결과를 선물할 수 있도록 남은 5개월가량의 준비과정 동안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새해 각오를 밝혔다.

브라질 월드컵(6월 13일∼7월 14일)이 열리는 2014년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30일 만난 홍 감독은 월드컵 본선에서의 목표에 대해 “일단은 조별리그 통과(16강)”라고 말했다. “조별리그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뒤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며 원정 월드컵 사상 첫 8강에 대한 욕심도 은근히 드러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홍 감독은 첫 상대인 러시아와의 경기에 다걸기를 할 모양이다. “첫 경기를 이겨야 한다. 첫 경기 결과에 따라 두세 번째 경기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월드컵의 역사를 봐도 그렇다. 첫 경기가 중요하다.” 한국은 4강에 올랐던 2002년 한일 월드컵과 원정 대회 사상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첫 경기에서 각각 폴란드와 그리스에 2-0의 완승을 거뒀다.

“주전의 80%, 전체 엔트리의 70∼80%는 이미 완성됐다.” 홍 감독은 남은 기간 대표팀에 새 얼굴이 등장할 가능성은 높지 않음을 내비쳤다. 특히 홍명보호(號) 출범 후 문제점으로 줄곧 지적돼 온 ‘확실한 원톱 부재’에 대해서도 “글쎄요, 앞으로 (소속 팀에서) 매 경기 한 골씩 넣는 선수가 나오면 모르겠지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새로운 공격 자원 발굴보다는 이미 마음에 두고 있는 공격수들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K리그와 해외에 있는 선수들을 다 점검했다. 지금 새로운 공격수가 나타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주영(아스널) 선발에 관한 생각도 비교적 분명하게 밝혔다. “1월 이적 시장을 봐야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벤치에 앉아 있다면 (뽑기) 어렵다. 런던 올림픽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박주영뿐 아니라 그 포지션 자원들이 모두 (소속 팀에서) 벤치에 앉아 있었고 그중에선 그래도 박주영이 낫다고 판단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홍 감독은 조직력이나 세부 전술보다는 경험 부족을 월드컵 개막 전까지 가장 많이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우리 팀에는 젊고 재능 있는 선수가 많다. 재능만 놓고 본다면 2006년 독일, 2010년 남아공 대회 대표팀보다 지금이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적인 측면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메워나갈지를 앞으로 있을 전지훈련과 평가전에서 점검할 계획이다.”

대표팀은 13일 브라질로 날아가 월드컵 기간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포스두이구아수에서 20일까지 전지훈련을 한다. 21일 미국으로 넘어가는 대표팀은 코스타리카(1월 26일) 멕시코(1월 30일) 미국(2월 2일)과 세 차례의 평가전을 치른다. 3월에는 유럽에서 한 차례 평가전을 갖는다. 5월에는 조별리그 상대인 알제리, 벨기에와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팀과의 모의고사를 추진하고 있다. 홍 감독은 우선 1월 전지훈련에 대해서는 “엔트리의 70∼80%가 만들어진 상황에서 유럽파 없이 K리그 선수들 위주로 참가해 훈련의 의미를 찾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대표팀 문은 항상 열려 있기 때문에 (K리그) 선수 개개인에게 좋은 기회이자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나의 인생에서 월드컵을 빼고는 할 말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는 1990년 1월 처음 성인 국가대표로 뽑혀 그해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선수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2006년 독일 대회 때는 대표팀 코치로 월드컵을 경험했다. 그는 월드컵 데뷔 경기였던 1990년 벨기에전을 떠올리면서 “그때는 상대 전력분석 같은 것도 없었다. 내 기억엔 엔초 시포 선수만 쳐다보다 끝났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했다.

한국 축구의 운명을 짊어진 그는 “선수나 코치로 월드컵에 나갈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한국 축구에 있어 2014년은 도전의 해이다. 나 역시 모든 것을 걸고 도전하겠다”고 결연하게 말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홍명보#국가대표팀#브라질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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