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는 1, 2번 타자를 한데 묶어 ‘테이블 세터’, 즉 밥상 차리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출루에 성공한 이들을 중심 타선에서 홈으로 불러들이는 게 기본 득점 공식이기 때문이다. 그럼 1, 2번 타자 중 밥상을 더 잘 차리는 쪽은 누구일까.
정답은 2번이다. 본보에서 1일 2011∼2013 시즌 프로야구 플레이바이플레이(play by play) 데이터를 토대로 선두 타자 타순별 이닝 평균 득점을 조사한 결과 2번 타자가 톱타자로 나섰을 때는 그 이닝에 평균 0.571점이 났다. 1번은 0.555점이었다. 한 시즌을 기준으로 하면 2번 타자가 18점 정도를 더 만들어내는 것이다. 야구에서는 보통 10점이 더 나면 1승을 더 거둘 수 있다.
이 차이는 4번 타자의 영향 때문이다. 1번 타자부터 공격을 시작한 이닝이 삼자범퇴로 끝나면 방망이 솜씨가 제일 좋은 4번 타자는 하릴없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야 한다. 반면 2번 타자부터 시작한 이닝에서는 반드시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선다. 1번 타자가 출루율이 좋아도 2번이 출루율이 떨어지면 4번 타자에게 그만큼 타점 기회가 적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2번 타자가 장타력까지 갖췄다면 득점력은 더 좋아진다. 한국 프로야구처럼 지명타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에서 ‘강한 2번’을 선호하는 이유다. 2013년 아메리칸리그 2번 타순 OPS(출루율+장타력)는 0.727, 1번은 0.716이었다. 지난해 프로야구 득점 1위(699점) 두산 역시 1번 타자(0.749)보다 2번 타자(0.765)의 OPS가 높았다. 그러나 “2번 타자는 작전 능력이 좋아야 한다”고 믿는 프로야구 감독들은 반대 결정을 내렸다. 2011∼2013년 프로야구 2번 타순 OPS(0.692)는 1번 타자(0.708)보다 낮았다.
경영학 기법을 통해 최적 타순을 연구해 온 장영재 KAIST 교수(산업및시스템공학)는 “야구 타순은 확률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됐다. ‘전형적인 몇 번 타자’라는 이미지보다 실제 성적을 토대로 타순을 정해야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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