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분 2013, 흥분 2014… 더 커지고 있는 김신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일 03시 00분


프로축구 울산의 김신욱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옆 잔디밭에서 희망찬 새해를 상징하듯이 힘찬 슈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신욱에게는 한때 “헤딩만 할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지만 지난해 발로도 멋진 슛을 잇달아 넣으며 전천후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프로축구 울산의 김신욱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옆 잔디밭에서 희망찬 새해를 상징하듯이 힘찬 슈팅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신욱에게는 한때 “헤딩만 할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가 따라다녔지만 지난해 발로도 멋진 슛을 잇달아 넣으며 전천후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프로축구 울산의 김신욱(26)에게 지난해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소속팀 울산이 비록 K리그 클래식에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그는 K리그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 베스트 11(공격수 부문), 축구팬들이 뽑은 ‘팬타스틱’ 등 3관왕을 차지했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2-1·승), 러시아(1-2·패)와의 친선경기에 이름을 올려 러시아전에서 골을 넣었다. 그는 공격수 부재에 시달리는 홍명보호에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됐다. 지금과 같은 활약이면 6월 브라질 월드컵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그는 “지난해는 예상했던 것보다 리그에서 많은 골(19골·득점 2위)을 넣었고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것 같다. 성공적인 한 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실력 이상으로 칭찬 받은 과분한 2013년

지난해 그의 새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나은 김신욱이 되자’였다. 그는 자신이 세운 목표에 대해 “어느 정도 잘 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2012년 리그 13골을 넣었지만 지난해는 6골을 더 넣으며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헤딩만 할 줄 아는 선수라는 평가에서 발로도 슛을 넣으며 전천후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엄격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축구를 나무로 비유했을 때 지난해는 한 그루의 나무만 심었는데 그 자리에 3그루의 나무가 자란 것 같다. 필요 이상으로 칭찬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잘나가던 그에게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7월 동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았지만 부진한 경기력으로 그 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11월 다시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약 4개월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내 한계를 보았다는 것이 괴로웠다. 훈련과 노력밖에는 극복할 방법이 없었다. 단점을 찾고 보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한계는 존재하지만 그는 한계점을 늘일 뿐이라고 웃었다.

그는 올해 더욱 보완해야 할 점으로 자신의 주특기인 헤딩을 꼽았다. 197.5cm(공식적으로는 196cm이지만 지난해 1.5cm 더 컸다)의 큰 키로 누구보다 높게 점프해 헤딩슛을 하는 그가 헤딩을 단점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그는 “아직도 내가 생각하기에 헤딩이 많이 부족하다. 물론 슈팅과 뒷공간 침투도 부족하지만 키가 크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는 면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극복한 계기가 된 러시아전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자신감 회복이다. 그는 “A매치 데뷔 골은 2012년 카타르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때 나왔지만 러시아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카타르는 아시아 팀이지만 러시아는 유럽 팀이다. 비록 한 경기일 뿐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유럽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유럽, 남미 등 강팀들이 출전하는 월드컵에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선수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2014년

올해 그가 세운 목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월드컵은 물론이고 인천 아시아경기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월드컵은 그가 축구를 시작하면서부터 꿈에도 그리던 무대다. 또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딴다면 병역면제 혜택을 받아 해외 진출이 수월해질 수 있다. 그는 “올해는 내 선수 인생에서 커다란 전환점이 될 한 해라고 생각한다. 각오는 물론 부담도 크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안에서 죽을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했다.

지난해 12월 리그가 끝난 뒤에도 그는 매일 거르지 않고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하루 2∼3시간씩 훈련하고 있다. 팀 훈련 외에도 체계적인 개인 훈련을 하고 싶은 마음에 올해 초 그는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다. 해외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국내에서는 그가 처음이다. 그는 “요즘만큼 열심히 몸을 만들고 준비했던 경우는 없었다. 쉼 없이 달려와 지금은 휴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휴식은 올해 리그가 끝난 뒤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축구 인생 최종 목표는 유럽 진출이다. 최근 러시아 진출설이 돌기도 했지만 그는 “아직 때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올해는 월드컵과 아시아경기대회에 집중하기에도 벅차다. 올해를 목표한 대로 잘 마무리한다면 그 이후에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프로축구#울산#김신욱#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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