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상 35개 메달 제공…나머지는 알아서 황진성, 22경기 6골 7도움 활약에도 ‘빈손’ EPL선 단 5경기만 뛰어도 모두 메달 수여
혁혁한 공을 세운 팀의 간판선수가 정작 우승 메달을 받지 못했다?
포항 스틸러스는 작년 12월1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김원일의 결승골로 울산 현대를 1-0으로 꺾고 역전 우승했다. 이날 40여명의 포항 선수단은 시상식에서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우승에 큰 공을 세운 황진성이 메달을 받지 못한 것이다. 포항 구단도 당시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팀 후배 김원일이 최근 자비를 들여 메달을 소량 제작해 황진성과 신진호(카타르SC)에게 건넨 사실이 SNS를 통해 알려졌다.
황진성은 말이 필요 없는 팀의 주축 선수다. 팀 공격을 이끌었고 정신적 지주 역할을 톡톡히 했다. 22경기 출전해 6골7도움. 9월초 부산전에서 오른 무릎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지 않았더라면 더 좋은 활약을 펼쳤을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의 모호한 기준과 허술한 관리가 지적된다. K리그 클래식 2013시즌 대회요강 26조(시상) 3항에 따르면 프로연맹은 우승 팀에 35개의 메달을 직접 제공한다. 연맹 관계자는 “구단에 일괄 지급해 선수 공과를 따져 나눠주라는 취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 우승은 너무나 극적이어서 ‘탈’이었다. 연맹이 짜 놓은 시상식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았다. 당초 23명의 선수가 시상식에 올라 우승 메달을 목에 걸 계획이었다. 하지만 40여명의 선수단이 시상식 단상에 섰다. 황진성은 공로를 세우고도 이날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는 이유로 메달을 걸지 못했다. 2012년 정상에 올랐던 서울 관계자도 “선수들에게 나눠주기는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자체 제작해 선수들에게 나눠줘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의 리그를 참조할 만하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선수 중 5경기 이상 출전한 선수 모두에게 우승 메달을 수여한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할 당시만 해도 리그 10경기 출전이었으나 규정이 대폭 축소됐다. 그만큼 넉넉히 메달이 지급된다. 프로연맹도 이점을 배워야 한다. 선수 권익과 복지 향상은 공허한 말이 아닌 조그마한 관심과 실천에서 시작된다. 지금이라도 ‘황진성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