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에이전트(FA)로 NC에 입단한 이종욱(34·사진 왼쪽), 손시헌(34·오른쪽)이 정든 등번호 그대로 제2의 프로야구 선수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
이종욱과 손시헌은 6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구단 시무식에서 각각 39번과 13번 유니폼을 입고 참석했다. 두산에서 수차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함께했던 영광의 등번호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제2의 이름과 같다. 메이저리그에서는 FA로 이적한 선수가 예전 팀과 똑 같은 번호를 달기 위해 기존 주인에게 고가의 시계를 선물하기도 하고 종종 거액의 현금을 줄 때도 있다. 그러나 이종욱과 손시헌은 기존 선수들의 양보로 산뜻하게 새 출발을 하게 됐다.
NC는 이제 갓 1군 데뷔시즌을 치른 팀이지만 39번은 나름 큰 의미가 있었다. 바로 데뷔시즌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낸 찰리의 번호였다. 아무리 외국인선수라고 하지만 지난해 홀로 189이닝을 책임지며 11승7패, 방어율 2.48을 기록한 에이스기 때문에 등번호 양보를 청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찰리는 39번에 큰 애착이 없었고, 흔쾌히 옛 번호를 양보하고 비어 있던 등번호 1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다. 손시헌의 13번은 신인 내야수 최재원의 번호였지만 선뜻 대선배에게 양보했다. 분신과 같았던 39번과 13번을 새 유니폼에 새긴 이종욱과 손시헌은 “창단멤버는 아니지만 팀의 첫 4강 진출 멤버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