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경찰야구단 배터리코치가 된지 이제 3일차. 한화에서 방출돼 지도자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시작한 최승환(35) 신임 코치는 8일 “이제야 코치님들의 노고를 알겠다. 서있는 게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며 “지도자가 만만치 않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 중이지만, 마음은 설렌다. 권위의식을 가지고 선수들을 지도하는 코치가 아니라 선수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 현역 연장? 마음은 있었지만…
최승환은 자유계약선수가 된 뒤 현역생활 연장과 지도자 전환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그때 경찰야구단으로부터 코치를 제의 받았다. 그는 “두 말 않고 승낙했다”고 밝혔다. “11월말쯤 경찰야구단 김수길 수석코치님이 전화를 하셔서 함께 하자고 하셨다”며 “기회가 왔을 때 잡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론 유니폼을 입고 좀더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게다가 그의 포지션은 희귀성이 있는 포수. 아내도 “선수생활을 더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지만, 스스로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최승환은 “솔직히 선수생활을 더 하고 싶었다. 아마 기다렸다면 기회가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했지만, “지지부진하게 시간만 끈다고 상황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적할 팀도 알아보지 않았다. 많이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고 담담히 얘기했다.
● 지도자시험 통과…권위 찾는 지도자 NO
최승환은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부설 ‘베이스볼아카데미’에서 야구지도자 육성 전문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했고, 어려운 시험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다. “머리털 나고 가장 열심히 공부해” 얻어낸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다. 그는 “경찰야구단에 포수가 3명인데, 그 중 1명이 한화에서 함께 뛰었던 (한)승택(KIA)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선후배였는데, 이제 코치와 제자로 만난다”며 “(진)야곱(두산)이도 만났는데, ‘선배를 이렇게 만날 거라고 0.01%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앞으로도 인연을 소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민재 코치님이 ‘코치가 되면 서있는 게 힘들어 1년간 허리가 많이 아플 것’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실감 중이다.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선수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조력자가 되고 싶다. 또 경찰야구단에서 제대한 선수들이 실력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