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핸드볼팀 웰컴론코로사는 며칠 전 충남체육회에서 뛰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이창우(31)를 영입했다. 계약 조건은 옵션을 달아 5년간 최대 3억8500만 원. 통 큰 계약이었다. 1년도 아니고 5년에 그만큼이 무슨 통이 크냐며 갸웃할 수 있다. 맞다. 야구, 축구 같은 프로 스포츠에서 잘나가는 선수가 받는 것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같은 액수다. 하지만 ‘비인기 종목’의 대명사 핸드볼에서는 적지 않은 돈이다. 국내 남자 핸드볼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4000만 원 안팎. 2000만 원이 안 되는 선수도 많다. 충남체육회에서 3500만 원 정도를 받던 이창우는 이번에 팀을 옮기면서 연봉이 약 두 배로 올랐다.
웰컴론코로사의 통 큰 계약은 전에도 있었다. 남자 선수 중 최고 연봉자인 정수영(29)이 이 팀에서 뛰고 있다. 웰컴론코로사는 2012년 정수영과 4년간 계약할 때 계약금을 포함해 4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이쯤 되면 돈이 많은 회사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장미 육종 회사인 코로사는 직원이라고 해야 정명헌 사장(54)과 강원 원주시 문막의 농장 직원까지 합쳐 7명이 전부다. 1년 매출은 18억 원, 순이익은 7억 원 정도다. 그런데 핸드볼 구단 운영비로만 1년에 14억 원 정도를 쓴다. 장부상으로는 당연히 적자다.
실제로도 그랬다. 여신금융회사 웰컴론이 네이밍 스폰서로 나선 2009년 전까지 늘 적자였다. 2001년 팀 창단 후 웰컴론의 도움을 받기 전까지 선수들은 밤에만 훈련하고 낮에는 영업사원으로 뛰면서 회사 살림에 힘을 보태야 했다. 버티다 못한 정 사장이 팀 해체를 고민하고 있을 때 웰컴론이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지금은 웰컴론으로부터 연간 7억5000만 원 정도 지원 받는다. 경남체육회에서도 2억5000만 원을 받고 있다. 웰컴론코로사는 전국체육대회 때 경남 대표로 출전한다. 연간 10억 원의 지원이 있지만 그렇다고 돈이 많이 남는 건 아니다. 회사 순이익 중 일부를 구단 운영비로 돌리고 나면 남는 건 별로 없다.
구단주인 정 사장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제정신이 아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왜 이런 짓을 할까. 팀 운영비를 대느라 은행 대출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갖고 있는 아파트도 담보로 잡혀 있다. 아직도 남은 빚이 13억 원이다.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하지만 그도 딱히 그럴싸한 이유를 대지 못했다. “그냥 핸드볼에 미친 거지 뭐.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겠나….” 그는 한국외국어대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으로 핸드볼과 인연을 맺었다. 독일 유학 시절에는 4부 리그에서 선수로도 뛰었다. 전공은 운동과는 상관없는 언어학으로 슈투트가르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말재주가 시원찮아 이걸 설명은 못하겠고, 핸드볼 재미있지 않소? 기자 양반” 하고 되묻기도 했다. 그는 “우리 같은 클럽팀이 많아져야 저변이 확대되고 핸드볼이 발전한다”고 했다. 국내 남자 핸드볼팀 5개 중 두산과 웰컴론코로사를 빼면 순수한 클럽팀은 없다. 나머지 3곳은 상무와 인천도시공사 등이다.
그는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1997년 회사를 차렸고, 4년 뒤 팀을 창단했다. “그때 핸드볼 선수 출신 하나가 입사를 했어. 그런데 같이 운동하던 친구들이 곧 군대에서 제대하는데 딱히 갈 데가 없다는 거야. 그 친구들 다 모아서 팀 만들어 버렸지.” 그는 직원을 뽑을 때도 핸드볼 선수 출신을 먼저 찾을 만큼 핸드볼에 애정이 깊다. 2월 졸업을 앞두고 이 회사에 일반 직원으로 취업한 강원대 골키퍼 출신 김은수 씨(23)는 “와서 깜짝 놀랐다. 핸드볼팀을 갖고 있어 회사가 큰 줄 알았다. 사장님이 정말 대단한 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빌딩 지하에 있는 코로사 사무실은 66m²(약 20평)가 조금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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