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용이 됐다, 역습천재 기성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3일 03시 00분


EPL 풀럼전 리그 2호골-첫 도움… 英언론 ”교과서에 나올만한 패스”
홍명보호 월드컵 선전 기대 높여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하는 중인가.

기성용(25·선덜랜드)에게 6개월 전은 인생 최악의 시기였다. 지난해 7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기성용이 최강희 전 축구대표팀을 조롱하는 글이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축구팬들은 기성용에게 등을 돌렸고 대표팀 승선도 불가능해 보였다. 당시 소속팀인 스완지시티에서도 주전 경쟁에서 밀리고 감독과의 불화설까지 나오며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해 9월 선덜랜드로 1년간 임대되면서 기성용의 축구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주전으로 뛰는 경우가 많아졌고 같은 달 30일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말리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기성용을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했다. 이제 기성용은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12월 에버턴 전에서 리그 1호 골을 터뜨리며 부활을 알린 기성용은 12일 영국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풀럼과의 방문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리그 2호 골과 첫 도움을 기록한 그가 한 경기에서 멀티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것은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처음이다.

기성용의 활약에 소속팀도 살아나기 시작했다. 선덜랜드는 최근 5경기에서 2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17일 첼시와의 리그컵 8강에서도 기성용의 역전골로 2-1로 이기며 4강에 진출했다. 4승 5무 12패(승점 17)로 크리스털팰리스(승점 17)에 골 득실 차에서 앞서며 19위로 올라섰다. 기성용은 팀에서 공수 조율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첼시의 조제 모리뉴 감독은 “선덜랜드의 공격은 창의성이 풍부한 기성용으로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기성용 효과’에 선덜랜드는 시즌 초반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강등권 탈출(17위 이상)도 넘보고 있다.

‘기성용 효과’는 대표팀에서도 입증됐다. 기성용이 합류하기 전 홍명보호는 1승 3무 2패에 그쳤다. 1승도 약체 아이티(4-1)에 거둔 승리였다. 하지만 기성용 합류 후 대표팀은 4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했다. 러시아(1-2)와 브라질(0-2)에 지긴 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대등했다는 평가다.

홍명보호 초기에는 공수를 조율할 선수가 없어 공격진과 미드필더, 수비진 간에 엇박자가 많았다. 하지만 기성용의 합류 뒤 중원이 안정을 찾자 재빠른 공수 전환과 상대 진영에서 압박 후 역습이 활발해졌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은 “기성용이 중간 고리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서 많은 패스가 나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됐다”고 말했다.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홍 감독이 기성용을 과감하게 선택한 것에 대해 기성용은 실력으로 화답한 것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기성용은 동료들과의 협력 수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공격에서도 날카로운 슈팅을 시도하는 등 효율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줬다. 이제 대표팀에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를 딛고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 잡은 기성용의 활약이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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