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진갑용(40)이 구단의 플레잉코치 제안을 뿌리치고 다시 한번 주전 안방마님 경쟁에 뛰어들었다. 진갑용은 시무식이 열린 13일 구단과 만나 지난해 연봉 4억원에서 1억5000만원 삭감된 2억5000만원에 사인했다. 구단에서 ‘선수로 뛰겠다’는 그의 의사를 받아들이는 대신, 그 역시 연봉 삭감을 감수했다.
삼성과 진갑용의 재계약 과정은 험난했다. 구단에선 불혹의 나이와 함께 최근 잦은 부상으로 경기 출장이 줄어드는 그에게 지도자 변신을 제안했다. 진갑용에게 ‘긴급한 상황에서만 마스크를 쓰면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데 중점을 두는’ 플레잉코치를 맡으라고 제안했던 것이다.
그러나 진갑용은 마음의 준비가 돼있지 않았다. 한동안 여행을 떠나 자신을 돌아봤지만, 오히려 현역생활 연장에 대한 애착이 더 커졌다. 준비만 잘 하면 다시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류중일 감독과 면담을 하면서 “실력으로 붙고 싶다”는 자신의 뜻을 밝혔다. 그의 강한 의지에 결국 류 감독도 흔쾌히 “그렇게 하라”고 화답했다. 선수로 재계약을 마친 진갑용은 14일 “프로는 실력이다. 올해도 못 하면 나도 할 말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승부라고 생각하고 내 이름을 걸고 붙어보겠다”고 다짐했다.
진갑용은 14일 오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방문해 기부금 1억원을 전달했다. 이 기부금은 대구지역 아동청소년복지 관련 시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그는 “아내가 예전부터 대구 홀트아동복지회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아동청소년복지시설을 택했다”며 “류중일 감독님이 작년 연말 2억원이란 거액을 기부하시는 걸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미용실에 들러 머리도 짧게 깎았다. 진갑용은 15일 괌 스프링캠프 출발에 앞서 ‘나누고 비우면서’ 프로 18번째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