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단독선두 이끈 가드 콤비
포인트-슈팅 가드 바꿔가며 시너지… 이번 시즌 함께 뛴 경기 20승 5패
이대성(왼쪽)과 양동근
프로농구 모비스는 2013년 12월 31일 고양에서 열린 오리온스와의 방문경기가 악몽 같았다. 당시 6연승을 노렸던 모비스는 3쿼터 막판 15점 차로 앞서 완승하는 듯했으나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을 목격했다. 경기 후 양동근과 이대성을 중심으로 모비스 선수들이 코트를 떠나지 않고 한데 모여 마지막 공격 때 시도했다 실패한 패턴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되풀이했다. 비록 패했어도 그 이유를 분석하는 모습이 신선하기까지 했다.
아쉽게 한 해를 마감한 모비스는 새해 들어 1패도 없이 5연승을 달리며 25승 9패로 단독 선두에 나섰다. 공동 2위 LG, SK와는 2경기 차. 그 중심에는 최근 탄탄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한 ‘근성 콤비’ 양동근(33)과 이대성(24)이 있다. 최근 5경기에서 이들은 평균 20점 안팎을 합작하는 한편 끈질긴 수비를 펼쳤다.
‘말띠 신인’ 이대성은 시즌 초반 양동근이 부상으로 빠진 6경기에서 잇몸 활약을 펼쳐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 기간 모비스는 간판스타 공백에도 불구하고 4승 2패로 선전했다. 양동근이 컴백하면서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이 구상하던 투 가드 시스템이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양동근과 이대성은 포인트 가드와 슈팅 가드를 넘나들며 시너지를 일으켰다. 노련한 양동근이 게임 리딩을 하면 이대성은 야생마처럼 코트를 휘저었다. 이대성이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스피드를 앞세워 전술을 조율할 때 양동근은 정확환 외곽슛과 과감한 돌파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올 시즌 이들이 함께 뛴 경기에서 모비스는 20승 5패를 기록했다. 양동근은 “대성이는 찬스를 놓치지 않고 바로바로 공격하는 게 장점이다. 다만 공을 너무 오래 갖고 플레이하는 건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대성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동근이 형에게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다. 무엇보다 팀을 하나로 뭉치는 리더십, 동료들을 살려주는 희생정신, 최고 선수인데도 한결같은 성실함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대 시절 적응에 실패해 미국 유학을 떠난 이대성은 선수 지도와 후배 관리에 모범으로 불리는 유 감독과 양동근을 만나면서 다시 날개를 달았다.
유재학 감독은 “스타일이 다른 양동근과 이대성 조합은 다양한 작전을 가능하게 하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효과까지 있다. 이대성은 센터만 빼고 모든 포지션 수비가 가능해 양동근과 강한 압박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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