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희(26·볼빅·사진)는 지난해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정상에 올랐다. 미국 진출 초기인 2010년 후원사가 없어 고생하며 투어 생활을 하던 기억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는 저렴한 항공권만 찾아야 했고 육로로 이동할 때는 차가 없어 동료들에게 신세를 졌다. 호텔 대신 대회장 근처 빈방이 있는 가정집에서 무료 투숙하는 ‘하우징’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만화 영화 ‘캔디’를 떠올리며 주목받았던 이일희가 영광의 무대에 다시 오른다.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이 2014시즌 LPGA투어 개막전이 돼 23일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오션클럽 골프장(파 73)에서 막을 올린다.
디펜딩 챔피언 이일희는 “너무 멋진 곳이며 내게는 특별한 장소다.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경기에 집중하겠다. 2연패 부담보다는 즐기면서 집중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투어 경비를 아끼느라 혼자 다녔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어머니, 동생과 동행해 한결 마음이 편하다. 미국 댈러스에서 시즌 대비 훈련을 했던 이일희는 “쉬는 동안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바람이 많이 부는 코스여서 바람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올해 목표에 대해 그는 “스스로 골프를 발전시키고 성취해 나가는 데 보람을 느낀다. 지난해 첫 승을 거뒀으니 올해는 3승쯤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일희는 2012년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인 볼빅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한 뒤 골프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안정적으로 골프에 전념하게 되면서 자신감도 되찾았다. 이번 대회에는 문경안 볼빅 회장이 응원을 갈 예정이다. 이일희는 “볼빅 공은 방향성이 뛰어나 강풍에도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샷을 할 수 있다. 공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더 거침없이 플레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일희와 함께 최나연, 양희영, 박희영 등 한국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대거 출전하며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17)도 본격적으로 LPGA투어 루키 시즌을 시작한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는 불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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