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초 마식령 스키장? ‘北정권 최초’가 맞는 표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3일 03시 00분


본보, 1926년 원산스키장 보도

1926년 10월 29일자 3면 보도.
1926년 10월 29일자 3면 보도.
북한이 함경남도 문천군에 문을 연 ‘마식령 스키장’에 대해 국내외 언론은 “북한 최초 스키장”이라고 보도했다. 건설 주체를 ‘북한 정권’이라고 할 때 이 표현은 맞다. 그러나 ‘북한 지역’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반도에 처음 스키장을 지은 곳이 지금은 북한 지역인 함경남도(북한 행정구역으로는 강원도) 원산시이기 때문이다.

1926년 12월 24일자 동아일보는 “1월 4일부터 일주일간 송흥리 스키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스키) 강습회가 어불례(御不例·일왕의 병)로 무기한 연기됐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앞서 같은 해 10월 29일자에도 ‘스키장’이라는 표현은 없지만 “송흥리에서 스키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는 알림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에 “지난해에는 눈이 적게 내려 대회를 열지 못했다”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그 이전부터 스키장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한스키협회에 따르면 당시 원산에는 송흥리 이외에도 여러 군데 스키장이 있었다. 이 중 신풍리 스키장을 보통 한국의 첫 번째 스키장으로 본다. 인공적인 슬로프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1903년 핀란드 상인 두 명이 스키를 탄 걸 한국에 유럽식 스키가 도입된 첫 사례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신문에는 신문물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스키장에 다녀온 것을 지인들에게 자랑삼아 얘기하는 기사와 일본 여자 스키 선수 구로다 하쓰네를 소개하는 기사 등도 실려 있다. 동아일보는 1927년 12월 23일부터 ‘설원의 쾌기(快技) 스키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4회 시리즈를 연재하기도 했다. 이어 1930년대가 되면 현재 북한 지역 곳곳에 스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는 기사가 등장한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북한#마식령 스키장#북한 정권#함경남도 원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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