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상파울루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이 물었다. 소매치기나 강도가 아니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러시아워(Rush Hour·교통 혼잡이 심한 시간대)에요.”
비록 수도는 아니지만 명실상부 브라질 최대 도시로 꼽히는 상파울루의 인구는 1100만 명에 달한다. 도심 곳곳은 인산인해다. 많은 인구처럼 시내 도로망도 대단히 혼잡하다. 이 교민은 “공항에 갈 때 여유를 부리다가 비행기를 놓치는 등 낭패 보기 십상”이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해줬다. 그런데 이 많은 인구 중 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상파울루는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홍명보호의 든든한 지원군이 될 교민들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이다. 5만여 명이 거주한다. 홍명보호와 벨기에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H조) 3차전이 열릴 아레나 코린치안스(Arena Corinthians)에서 수많은 교민들은 “대∼한민국”을 연호할 것이다. 상파울루 이외 지역의 교민들이 일찌감치 상파울루 원정대 구성을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뿐 아니라 여기서 개최국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대회 개막전도 펼쳐져 전 세계의 이목도 집중된다.
23일(한국시간) 찾은 아레나 코린치안스는 거의 완벽한 외형을 드러내고 있었다. 브라질 국제노선 중심인 상파울루 외곽 과룰류스 공항에서 도심으로 진입하는 중간 지점에 위치한 이 경기장은 아레나 데 상파울루(Arena de S~ao Paulo)로도 불리는데, 상파울루에 연고한 브라질 축구 3대 명문 클럽 중 하나인 코린치안스의 투자(공사비용 8억2000만 헤알·약 3700억 원)로 지어지고 있다.
명성에 맞지 않게 코린치안스는 연고 라이벌 파우메이라스, 상파울루FC 등과 달리 클럽 소유의 경기장을 갖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결국 월드컵을 통해 숙원을 풀게 됐다. 당연히 공사 현황의 주요 책임도 상파울루 시(市)가 아닌 코린치안스에 있다.
마무리 블록 조립 공사가 한창인 경기장 외벽은 강렬한 남미의 태양을 받자 마치 대리석처럼 반짝였다. 얼핏 바라보면 가장 아름다운 외형을 갖췄다는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뮌헨의 홈구장 알리안츠 아레나를 연상케 했다.
그러나 이렇게 멋진 경기장 외벽에는 슬픈 사연이 있다. 작년 11월 수백여 톤의 무거운 철골을 옮기던 대형 크레인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완공됐던 외벽 한 면을 덮쳐 인부 2명이 숨지고,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기장 훼손 상태도 심각해 사실상 기초 공사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철골을 잇고 지붕을 연결하고 깨진 벽면 블록을 모두 바꾸면서 브라질월드컵조직위원회와 코린치안스는 작년 연말 예정이던 완공 계획을 올해 4월15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 미뤄지지 않는다면 경기장 건설의 첫 삽을 뜬 시점이 2011년 5월이었으니 3년여 만에 완공되는 셈이다.
치명적인 사고를 겪은 이후 공정은 빨라졌고 한다. 당시 무너진 곳이 어디였는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보수를 마쳤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각별한 관심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공사 현장을 관리하는 모나토(42) 씨는 “여러 번 FIFA 직원들이 다녀갔다. 지난 주말에도 방문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모나토 씨가 신원을 잘 몰랐던 일행은 FIFA 제롬 발케 사무총장을 비롯한 실사단이었다. 아레나 코린치안스와 함께 마토 그루스주 쿠이아바의 판타나우 아레나 공정에 만족감을 전한 발케 사무총장은 파라나주 쿠리치바의 아레나 디 바이샤다의 상황을 보곤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브라질 언론들은 “공사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개최 도시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발케 사무총장의 발언을 연일 보도하며 떠들썩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날 외관과 함께 장내 구조도 볼 수 있었다. 그라운드와 관중석 상당 부분이 만들어졌다. 평균 지대보다 낮은 곳에 초록 잔디가 깔려 있었고, 약간의 보수만 이뤄지면 당장이라도 사용이 가능해 보였다. 또한 일반석뿐만 아니라 아직 대형 유리를 끼우지 않은 여러 동의 귀빈용 스카이박스도 살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경기장 진입에 이용될 외곽 도로도 막바지 정비가 한창이었는데, 자가용이나 택시 등을 제외하면 전철과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을 통한 접근성은 상당히 떨어져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