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피겨 관계자들은 소치 겨울올림픽 이후 은퇴할 예정인 김연아(24)의 뒤를 이을 선수들이 없다며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잠시 접어두어도 될 것 같다.
‘피겨 샛별’ 김해진(17·과천고)과 박소연(17·신목고)이 25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13∼2014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피겨선수권 여자 싱글에서 각각 6위와 9위를 차지했다. ISU 공인 시니어 대회에서 10위 안에 진입한 한국 선수는 김연아와 김나영(2008년 4대륙선수권 4위), 곽민정(2010년 4대륙선수권 6위) 이후 이들이 처음이다.
순위뿐만 아니라 두 선수가 기록한 점수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각각 최종 합계 166.84점과 162.71점을 받았다. ISU 공인 대회에서 한국 여자 선수가 160점을 넘은 것은 김연아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다. 비록 유럽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4대륙선수권이었지만 처음으로 시니어 무대에 나선 두 선수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두 선수는 김연아와 함께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다. 두 선수가 올림픽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다음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권도 획득할 수 있다. 그랑프리 시리즈 출전권은 시즌 점수가 높은 선수 24명에게 주어진다. 한국 선수로는 김연아만 유일하게 그랑프리 시리즈에 출전한 바 있다.
남자 싱글과 아이스댄싱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남자 싱글의 이준형(18·수리고)이 개인 최고 점수인 184.14점으로 14위에 올랐고, 이동원(18·과천고)이 16위를 기록했다. 아이스댄싱에 출전한 민유라(19)-팀 콜레토(23) 조는 총점 111.23점으로 10위에 올랐다.
한국 선수들의 선전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한국 피겨에 희망을 주었다. 한국 피겨는 개최국 자동 출전권이 폐지되면서 자력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권을 따야 한다. 관계자들은 김연아 은퇴 이후 눈에 띄는 선수가 없어 올림픽 출전권을 단 한 장도 획득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하지만 김해진과 박소연 등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선수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고, 남자 싱글은 물론이고 아이스댄싱에서도 세계무대에서 통할 만한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한 피겨 관계자는 “지금 한국의 유망주들이 4년 뒤에도 이와 같은 성장세를 보인다면 올림픽 출전권 획득 자체가 아니라 출전권을 몇 장이나 가져올지에 관심이 쏠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