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보다 선수” 이상범 고집 빛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5일 03시 00분


몸 안좋으면 무리하게 출전 안시켜… 하위권 인삼공사, 어느새 7위 올라

프로농구 인삼공사 이상범 감독(45·사진)은 3일 선수단을 이끌고 연고지 안양에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팀 주전 가드 김태술이 부친상을 당해 문상하기 위해서였다. 2년 가까이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김태술의 부친은 2일 아들이 전자랜드와의 경기를 뛰고 있던 동안 눈을 감았다. 비보를 접한 김태술은 황망히 고향 부산으로 달려갔다. 이 감독은 “태술이가 아버지 걱정 때문에 장염에 자주 걸려 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본인의 아픈 무릎은 돌볼 여유도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감독은 시즌 전부터 김태술 걱정이 많았다. 그는 “눈앞의 성적보다 선수가 중요하다. 무리해서 내보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책임은 감독이 지겠다”고 말했다.

이런 이 감독의 지도 철학 속에 인삼공사는 시즌 초반 하위권에 처졌다.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김태술 오세근 양희종 등 주전들의 출전 시간을 철저하게 안배하다 보니 전력의 기복이 심했다.

최근 인삼공사는 주축 멤버들이 속속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서 시즌 첫 4연승을 달렸다. 최하위권인 9, 10위를 맴돌던 순위도 4일 전자랜드에 58-91로 완패한 삼성을 제치고 7위까지 올랐다. 늦은 신바람을 내면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희망도 되살아났다. 기량 미달로 늘 퇴출 불안에 떨었던 숀 에반스도 “아무 걱정 말고 운동만 열심히 하라”는 이 감독의 격려에 힘입어 골밑 강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 40%를 밑돌던 에반스의 자유투 성공률은 2일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는 60% 가까이로 높아졌다. 제대한 박찬희의 복귀로 분위기는 더욱 살아났다. 양희종과 김태술은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로 풀리지만 이 감독과 계속 한배를 탈 것으로 보인다. 인삼공사의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 감독은 “2년 전(2011∼2012시즌) 우리가 예상을 깨고 우승했던 건 구성원 간에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은 없다”고 강조했다. 5일 6위 오리온스와의 중요한 일전을 앞둔 이 감독은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태술이가 발인을 마친 뒤에 무조건 뛰겠다고 할 텐데…. 어떻게 말려야 할지. 허리를 다친 희종이도 당분간 쉬게 해야 하고….”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