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 남자500m 경기. 이규혁(36·서울시청)과 이강석(29·의정부시청)은 35초10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사진판독 결과 0.005초차로 이규혁이 동메달, 이강석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규혁은 “500m에선 0.001초 차이로 메달이 갈리는 경우도 봤다”고 회상했다. 워낙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다보니, 스피드스케이팅선수들은 유니폼에도 민감하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미국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은 록히드 마틴의 유니폼을 입고 빙판을 누빈다. 록히드 마틴은 차세대 전투기 F-35A를 생산하는 등 미국 최대의 방위산업체로 유명하다. 유니폼은 유리섬유를 비롯한 첨단소재를 사용해 제작됐다. 이 소재는 땀이 잘 배출되도록 해 선수들의 체온조절을 돕는다. 스케이팅 시 마찰이 심한 허벅지 안쪽에는 더 미끄러운 재질의 소재를 사용해 선수들의 불편함을 줄였다. 또 머리와 팔다리 부분에는 돌기를 부착해 주변 공기의 흐름이 원활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기능을 한다. 록히드 마틴은 스포츠의류 제조사인 언더아머와 손 잡고 2년간의 연구 끝에 이 유니폼을 개발했다. 미국스피드스케이팅대표팀은 기록 단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연패를 노리는 이상화(25·서울시청)의 유니폼은 세상에 단 한 개뿐이다. 스케이팅 시 이상화의 움직임 등을 확인해 이상화가 가장 편안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제작됐다. 쇼트트랙대표선수들은 특수 방탄 소재 케블라를 활용한 유니폼을 입는다. 순위경쟁이 치열한 쇼트트랙 경기에선 선수들이 빙판 위에서 넘어질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방탄 소재 유니폼은 날카로운 스케이트 날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한다. 이전까지는 유니폼 안에 상해 방지용 슈트를 겹쳐 입었지만, 유니폼이 두꺼워져 몸이 불편한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방탄 소재를 활용함으로써 선수들은 한결 가벼운 몸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