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까지 한국스포츠 역사상 올림픽 최다 출전 기록은 5회였다. 윤경신, 오성옥(이상 핸드볼), 이은철(사격), 허승욱(스키), 이규혁(스피드스케이팅) 등 5명이 영광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2014소치동계올림픽에서 이규혁(36·서울시청)은 새 역사를 쓴다.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를 시작으로 이번 소치대회까지 6회 연속 올림픽 무대에 선다. 윤경신과 이은철 등 ‘올림픽 레전드’들도 후배가 쌓아올린 금자탑에 경의를 표했다.
● 윤경신 “이규혁은 20년간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
윤경신(41·두산) 감독은 고려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0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를 시작으로 2000년 시드니대회, 2004년 아테네대회, 2008년 베이징대회, 2012년 런던대회까지 5차례 올림픽에 출전했다. 이규혁은 신사중 재학 시절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윤 감독은 태릉에서 만난 학창 시절의 이규혁을 기억하고 있었다. “저도 어릴 때부터 태릉생활을 했지만, 이규혁도 어려운 부분이 많았을 거예요. 그런데도 선배들에게 예의바르고 싹싹하게 잘 해서 귀여움을 참 많이 받았어요.”
올림픽 무대에 선다는 것은 그 국가를 대표할 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윤 감독은 20년의 세월 동안 빠짐없이 올림픽에 출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보다 더 대단하죠. 핸드볼도 몸싸움이 심한 종목이기는 하지만, 스피드스케이팅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속력을 내야하잖아요. 이규혁은 20년간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겁니다. 그 철저한 몸 관리는 선수라면 누구나 배워야 합니다.”
● ‘이은철 “이규혁은 이미 인생의 승자다”
인텔라㈜ 이은철(47·대한사격연맹 이사) 대표이사는 1984년 LA대회부터 2000년 시드니대회까지 5회 연속 올림픽에 나섰다. “사실 사격은 격렬하게 근육을 쓰는 종목은 아니잖아요. 엄청난 근력을 필요로 하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6번이나 올림픽에 나간다니 대단하죠. 게다가 나이가 들수록 피로회복 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규혁은 저와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더 대단한 선수입니다.”
이 대표 역시 고교시절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꿈의 무대에 섰다. 그리고 3번째 올림픽이었던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5번의 올림픽 출전이 가져다 준 설렘과 떨림을 기억하고 있었다. “첫 올림픽 때는 나이도 어렸고….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어요. 실력발휘를 다 못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죠. 올림픽이라는 무대는 항상 긴장감이 넘칩니다. 그런 자리에 6번이나 설 수 있는 선수는 얼마나 성실할까요? 이규혁은 메달을 떠나서 이미 인생의 승리자입니다. 체육인으로서 존경하는 후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