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발 안 들고 히팅포인트 뒤로…처방 주효 큰 스윙 버리고 정확성 높이자 잘 맞기 시작 올해 부상 없이 전 경기 출장·첫 3할타 목표 어릴 때 꿈은 홈런왕…이젠 타격왕 욕심나
삼성 채태인(32·사진)의 지난해 타율은 0.381이다. 규정타석에 54타석 모자랐지만, 엄청난 타율이다. 그가 54타석에 더 나가 9안타만 때렸어도, 타격 1위 이병규(LG)를 넘어설 수 있었다. 지난해 채태인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정확도, 선구안, 장타력에서 모두 리그 최상위급 타격을 선보였다. 한국시리즈에선 6차전 결승홈런으로 3연패의 주역이 됐다. 삼성은 그의 활약을 높이 평가했고, 올해 연봉은 지난해 5000만원에서 320%나 인상된 2억1000만원이 됐다. 그는 “1년 반짝한 것”이라고 웃으며 “올 시즌에 잘 해야 진짜”라고 말했다. 올 시즌 그의 목표는 전 경기 출장과 생애 첫 3할 타율이다. 채태인이 올 시즌 제대로 폭발한다면, 삼성의 한국시리즈 4연패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 강기웅 코치의 조언, 채태인을 바꾸다!
-반갑다. 괌(1차 스프링캠프)에서 전지훈련은 잘 치렀나?
“네. 아주 좋았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훈련 내용도 맘에 들고요.”
-괌에선 어떤 훈련에 신경을 썼나?
“타격이죠. 특히 공을 정확하게 때려내려고 애를 많이 썼죠.”
-지난해는 괌에서 치러진 1차 캠프에 못 갔다.
“맞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괌에 못가서 제가 지난해 잘 했죠.”
-강기웅 코치 이야기인가?
“네. 강 코치님 말을 듣고 타격에 약간 눈을 뜬 기분입니다. 괌 전지훈련에 갔다면, 또 예전 폼으로 타격을 했을 거니까 어떻게 됐을지 모르죠.”
-강 코치가 어떤 조언을 했나?
“그때는 정말 2년 동안 야구도 못 했고, 여기저기 아프고, 자신감도 없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를 정도였어요. 근데 강 코치님이 ‘태인아, 너 내 말대로 한 번 해볼래?’ 하시더라고요. 뭐든지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네, 하겠습니다’ 했죠.”
-무엇이 바뀌었나?
“두 가지죠. 첫 번째는 높이 들던 오른발을 들지 않고 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히팅포인트를 좀더 뒤쪽으로 끌고 온 거예요.”
-강 코치가 이유를 알려주던가?
“네. 오른발을 높이 안 들어도 충분히 장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셨고, 그래야 공을 보는 눈도 편안하다고 하셨어요. 두 번째는 히팅포인트를 좀더 뒤에 둔 건데, 이건 진짜 저도 몰랐던 거예요.”
-무엇인데?
“배트 스피드요. ‘태인아, 너는 배트 스피드가 굉장히 빠르다. 공을 장효조 감독님처럼 좀더 오래 보고 뒤쪽에서 쳐도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장효조 감독님처럼?
“네. 근데 제가 배트 스피드가 빠른가요? 강 코치님이 말씀해주셔서 그때 알았어요.”
-말처럼 쉽지 않다. 공을 뒤쪽에서 때리면 타이밍 싸움에서 불리하잖아?
“저도 그렇게 생각했죠. 근데 뒤에서 치니까 장점이 많아요.”
-무엇인가?
“우선 예전보다 공을 뒤에다 놓고 치는 게 된다는 걸 느꼈죠. 그러니까 유인구에 덜 속게 되고, 좋은 공을 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몸쪽 공은 어떤가?
“몸쪽 공은 언제든 자신 있어요. 힙턴이 제가 좀 되는 편이거든요.”
-장타에 대한 욕심은 많이 포기했나?
“홈런을 많이 치고 싶은 게 제 마음이었었는데, 그걸 버렸죠. 큰 스윙대신에 좀더 정확하게 치려고 생각을 바꿨어요. 밀어치기가 훨씬 많아졌고, 공도 잘 보여요.”
-확실히 좌측으로 가는 안타가 맞더라. 한국시리즈 6차전 때 니퍼트(두산)에게 결승 홈런을 친 것도 밀어쳤다.
“니퍼트 직구를 도저히 못 치겠더라고요. 그래서 무조건 체인지업만 노렸죠. 근데 홈런이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 타율 0.381, 타격에 자신감 얻었다!
-지난해 타율이 0.381다.
“엄청난 타율이죠. 물론 규정타석은 못 채웠지만.”
-8월에 타격 1위로 올라갔잖아? 부상만 없었다면 수위타자도 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한 열흘쯤 수위타자 했죠. 8월 17일 넥센전에서 어깨 다치고, 그 바람에 규정타석 못 채웠어요. 근데 다치기 전에 굉장히 안 좋았어요. 13타수 무안타로 타격감도 나빴고, 상대 견제와 중압감도 엄청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