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근대올림픽을 창시한 피에르 쿠베르탱은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싸우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올림픽은 승리보다 참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뜻을 담은 명언이다. 2014소치동계올림픽 역시 마찬가지다. 쿠베르탱이 강조했던 ‘올림픽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다.
미국 USA 투데이와 캐나다 토론토 선은 12일(한국시간) 캐나다크로스컨트리대표팀의 저스틴 워즈워스 코치가 경쟁자인 러시아선수의 완주를 도운 사연을 소개해 훈훈한 화제를 모았다. 이 신문들에 따르면, 러시아의 안톤 가파로프는 크로스컨트리 스프린트 준결승에서 레이스를 펼치다 크게 넘어져 스키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가파로프는 잠시 누워 있다가 바로 일어났지만, 눈 위를 달리다가 다시 넘어져 결국 스키가 반으로 쪼개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때 근처에서 가파로프의 상황을 목격한 워즈워스 코치는 자신이 들고 있던 예비용 스키를 건넨 뒤 직접 발에 신겨주며 독려했다. 가파로프는 그 스키를 신고 완주해 1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관중의 엄청난 환호가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워즈워스 코치는 “가파로프가 결승선을 통과해 선수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랐다”는 감동적 소감을 남겼다.
이 사연은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경기에서 생긴 또 다른 명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단체전에서 선두로 달리던 캐나다대표 샤라 레넌의 폴이 부러지자 노르웨이대표팀 하켄슨모엔 코치가 재빨리 자신의 폴을 건네 경기를 이어가도록 한 것이다. 결국 캐나다가 은메달을 따고 노르웨이가 4위에 오르면서 하켄슨모엔 코치의 도움이 더 큰 감동을 안겼다.
하계올림픽에서도 올림픽의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사례가 많았다. 1932년 LA올림픽 당시 영국의 주디 기네스는 펜싱 여자 플뢰레 개인전 결승에서 판정승을 거둬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경기 도중 자신이 상대 선수인 엘렌 프라이스(오스트리아)의 칼에 2번 찔렸다고 고백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 대신 자신의 명예를 지킨 장면이었다.
1988서울올림픽에선 캐나다의 요트선수 로렌스 르뮤가 경기 도중 강한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싱가포르선수들이 바다에 빠지자, 레이스를 포기하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구했다. 당시 2위로 달리던 르뮤는 이 때문에 22위로 밀려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르뮤에게 금메달보다 가치 있는 ‘쿠베르탱 메달’을 수여했다. 또 2008베이징올림픽에선 미국의 숀 크로퍼드가 훈훈한 감동을 안겼다. 남자 200m에서 3위로 들어온 그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추란디 마티나(네덜란드령 앤틸리스제도)가 경기 중 레인 이탈로 실격되면서 은메달로 올라섰다. 그러나 크로퍼드는 시상식이 끝난 뒤 마티나를 찾아가 자신의 은메달을 목에 걸어줬다. 최선을 다한 동료에게 바치는, 값진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