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현기자의 여기는 소치] 은메달리스트 파트쿨리나 “이상화는 우사인 볼트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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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13일 07시 00분


‘빙속 여제’ 이상화(가운데)가 12일(한국시간)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끝난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신기록으로 우승한 직후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2위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왼쪽), 3위 마르고트 보어(네덜란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빙속 여제’ 이상화(가운데)가 12일(한국시간)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끝난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올림픽신기록으로 우승한 직후 플라워 세리머니에서 2위 올가 파트쿨리나(러시아·왼쪽), 3위 마르고트 보어(네덜란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여자빙속 500m 메달리스트들, 빙속 여제 극찬

“시상대에는 두개의 자리만 있다…금메달은 이상화 것이기 때문이다”-동메달리스트 보어

이상화, 올림픽 신기록 세우며 2연패…4년간 힘들었던 기억에 뜨거운 눈물…IOC “그녀는 올림픽 역사의 한장”

오늘 밤 1000m…대회 2관왕 도전


‘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이 확정되자 눈물이 흘렀다. 1차 레이스(37초42)를 1위로 마친 뒤 워밍업 룸에서도 울컥한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고 했다. 그녀는 이 종목의 독보적 존재였다. 누구나 ‘이상화는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자신이 다시 이뤄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그 긴장감을 이겨낼 수 있을까? 내가 과연 다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까?’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시름은 깊어져만 갔다. 2012∼2013시즌부터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어도, 세계기록을 4차례나 갈아 치우고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올림픽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자꾸 채찍질을 가했다.

이상화는 가장 큰 무대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펼쳤다. 12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펼쳐진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7초28을 기록했다. 2002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 여자 500m 금메달리스트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세운 종전 올림픽기록(37초30)을 12년 만에 경신했다.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도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그녀는 “올림픽기록을 세운지도 몰랐다”며 얼떨떨해하고는 “올림픽에서 2연패를 할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이렇게 이뤘다. 금메달이 확정된 뒤 ‘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선 “올림픽은 그렇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했다. 4년간 이 순간을 위해 힘든 훈련을 모두 감내했다. 물이 차는 무릎에 주사를 맞고 꿋꿋하게 버텼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과 싸워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복합적인 감정이 물밀 듯 밀려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이상화는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메달 획득에 실패하고도 “너는 딸 것”이라며 어깨를 두드려준 모태범(25)과 이승훈(26·이상 대한항공)도 고마웠다.

이상화의 압도적 레이스에 경쟁자들은 물론 세계 언론도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은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올가 파트쿨리나는 “이상화는 마치 우사인 볼트 같았다”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빙판 위의 지존’으로 인정했다. 미국 LA 타임즈는 “진짜 레이스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향한 싸움이었다”며 이상화의 독보적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상화는 올림픽기록을 박살내버렸다. 올림픽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며 경의를 표했다.

이상화에게는 1000m(13일 오후 11시)가 남아있다. 대회 2관왕 도전. 그러나 1000m는 보너스게임이다. 이미 500m에서 최선을 다했고, 최고에 오른 그녀는 “이제 올림픽을 축제처럼 즐기겠다”고 말했다. 즐길 자격은 충분하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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