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40만km 차 몰며 딸과 함께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4일 03시 00분


박승희 메달 뒤엔 ‘어머니의 힘’
언니 승주-남동생 세영도 소치 올림픽 출전 ‘빙상 가족’

“내가 아쉬워하지 않아도 온 국민이 아쉬워하실 거예요. 스타트하는 순간 ‘아 됐다’ 싶었는데 그렇게 넘어질 줄 몰랐어요. 얼마나 마음이 다급했으면 다시 넘어졌겠어요. 다리가 풀린 모습을 보고 안쓰러웠어요.”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딸 박승희(22·화성시청)의 경기를 지켜본 어머니 이옥경 씨(47)의 말이다.

박승희는 빙상 가족이다. 언니 박승주(24·단국대·스피드스케이팅 대표)와 남동생 박세영(21·단국대·쇼트트랙 대표)도 이번 올림픽에 같이 출전했다. 세 남매는 경기 수원 소화초등학교 시절 클럽활동으로 쇼트트랙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어머니한테는 40만 km가 넘는 강행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약 지구 10바퀴 거리다. 어머니는 오전 4시 반부터 훈련장에서 학교로, 또 그 반대로 차를 몰았다.

세 아이 모두 운동을 잘했지만 둘째 박승희는 특히 남달랐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동메달 2개(1000m, 1500m)를 따낸 박승희는 일찌감치 쇼트트랙 샛별로 불렸다. 동아일보는 2007년 1월 당시 경기 성남 서현중 2학년이던 박승희를 소개하면서 “유독 한국 선수들이 약했던 쇼트트랙 500m에서 금맥을 캐낼 기대주가 나타났다”고 주목했다.

박승희의 최고 라이벌은 중국의 왕멍(29)이었다. 한국 대표 선수들은 밴쿠버 대회 때 왕멍의 기세에 눌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노골드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 3월 헝가리 세계선수권 3000m 경기 때도 왕멍이 고의로 밀어 넘어뜨리는 바람에 박승희는 6위에 그쳤다. 소치 올림픽 자동 출전권도 날아갔다. 자기 속이 까맣게 타버릴 만하건만 박승희는 어머니에게 “난 괜찮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등 해서 500만 원 상금 타면 되지”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그런 딸에게 이번에는 어머니가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이 씨는 “잘했다, 정말 잘했다고 그 말만 해주고 싶다. 크게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 박가영 채널A 기자
#박승희#소치 겨울올림픽#쇼트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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