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은 출전 자체로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가 그 수많은 이름들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최고의 무대에서 위대한 기록 또는 업적을 남긴 주인공만이 전설로 남는 법이다.
김연아(24·올댓스포츠)의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 도전은 여러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은 사상 3번째이자, 현 채점제도 하에선 첫 번째 올림픽 2연패 여부다. 김연아보다 앞서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에서 2연패 이상을 달성한 레전드는 소냐 헤니(노르웨이)와 카타리나 비트(동독)뿐이다.
피겨는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 위에서 다이내믹한 기술과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종목이다. 정상급 운동능력과 유연성을 함께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하계올림픽의 체조와 함께 선수생명이 매우 짧은 종목으로 꼽힌다. 이러한 피겨의 특성상 올림픽 2연패는 역대로도 흔치 않은 업적이었다. 매년 주니어 무대에서 시니어 무대로 올라오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도 변수다. 2010년 밴쿠버에선 동갑내기 아사다 마오(일본)가 김연아의 라이벌이었다. 4년이 흐른 지금 소치에선 홈 어드밴티지에 심판들의 담합 소문까지 낳고 있는 신예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가 다크호스다.
헤니(1912∼1969)는 피겨를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만든 역사적 인물이다. 처음으로 경기의상을 짧은 치마로 제작해 올림픽에 출전했고,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싱글 악셀을 성공시켰다. 미적 측면과 기술적 측면에서 모두 선구자였다. 헤니는 1928년 장크트모리츠대회, 1932년 레이크플래시드대회, 1936년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대회에서 전무후무한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뒤 영화배우로 변신해 명성을 더했다.
비트(49)는 1984년 사라예보대회와 1988년 캘거리대회에서 잇달아 정상에 올랐다. 은퇴 후에는 헤니처럼 배우와 모델의 길을 걸었다. 비트는 최근 국내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3번째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할 주인공은 김연아”라며 응원 메시지를 보내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