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최경주(44·SK텔레콤) 뒤엔 새로운 퍼터와 골프공이 있었다.
올해로 PGA 투어 15년 차를 맞은 최경주는 최근 2년 동안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PGA 투어 통산 8번째 우승을 기록하며 상금랭킹 4위(443만 달러)에 오른 이후 2012년 상금랭킹 102위(96만9000달러), 2013년 85위(97만3000달러)로 주춤했다.
올 시즌은 출발이 좋다. 최근 2년의 부진을 말끔히 털어낸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 클래식을 시작으로 2013∼2014시즌에 돌입한 최경주는 16일 끝난 노던트러스트오픈까지 6개 대회에서 5차례 컷을 통과했고,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준우승 포함 4차례 ‘톱25’ 진입에 성공했다.
초반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2011년 5월 이후 멈춰선 우승 추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경주 자신도 우승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을 공동 2위로 끝낸 뒤 “올해 1승 이상을 기록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2년 내 10승을 채워 명예의 전당에 입회하는 게 골프인생의 마지막 목표다”라고 말했다.
최경주의 부활엔 두 가지 변화가 원동력이 되고 있다.
최경주는 올해도 예전에 사용했던 퍼터를 꺼내들었다. 작년 하반기부터 14년 동안 꾸준하게 사용해온 퍼터를 쓰고 있다.
최경주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퍼터는 14년 동안 써왔던 제품이다. 그 사이 여러 개의 퍼터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PGA투어에서 기록한 8승을 모두 이 퍼터와 함께 했다. 그 중 3번의 우승은 슈퍼 스트로크 그립(일반 그립보다 두꺼운 그립)을 끼워 사용했는데 그만큼 나에겐 잘 맞는 퍼터다”라고 설명했다.
새로 바꾼 골프공도 이상 없이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최경주는 “올해 스릭슨 골프공으로 바꿨는데 잘 맞는다. 멀리 도망가지 않고 일정하게 굴러가고 적당하게 스핀이 걸리는 게 마음에 든다. 특히 쇼트게임에 탁월하다. 이전에 쓰던 공과 달리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라며 만족해했다.
공을 바꾼 이후 가장 좋아진 건 아이언 샷이다. 2012년과 2013년 아이언 샷 그린적중률은 63.57%와 65.87%에 불과했던 게 올 시즌 69.858타까지 높아졌다. 그만큼 버디 기회가 더 많아졌다.
최경주가 2년 동안의 부진에 늪에 빠졌을 때 주위에선 “은퇴를 준비할 시기가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 그러나 최경주는 단호했다.
“은퇴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이로 보면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PGA 투어에서 60세가 넘은 선수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직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런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자극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