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여왕 키운 ‘위대한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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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0일 07시 00분


김연아. 스포츠동아DB
김연아. 스포츠동아DB
김연아 어머니 박미희 씨, 딸 7세 때부터 코치·매니저·후원자로…‘철혈엄마’ 유명

한·일·러 피겨여신들의 슈퍼맘

발레리나 꿈꾼 아사다 엄마 ‘딸 정신적 멘토’
리프니츠카야 ‘억척맘’ 피겨 조기유학 결단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조아니 로셰트(캐나다)는 연기를 마치자마자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불과 이틀 전, 그녀의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1만여명의 홈 관중은 기립박수로 로셰트를 위로했다. 결국 로셰트는 자신을 위해 헌신한 어머니의 영전에 동메달을 바쳤다.

요정도, 여왕도 홀로 탄생하지는 못한다. 알을 깨고 부화하기까지는 따뜻한 품이 필요하다. 때로는 모이를 물어다주고, 때로는 날개를 펴도록 낭떠러지로 떠밀고…. 어머니는 그런 존재다. 김연아(24·한국), 아사다 마오(24·일본),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6·러시아). 2014소치동계올림픽을 수놓을 피겨 3인방도 예외가 아니다. 어머니를 빼놓고 그들의 비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 김연아의 어머니, ‘슈퍼맘이 된 피겨맘’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는 유명한 피겨맘이다. 7세 때 김연아가 빙판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코치, 매니저, 후원자 역할을 도맡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던 딸이 운동을 그만두려 하자 등을 두드리며 링크로 돌아오게 했고, IMF 사태로 레슨비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든 내색 없이 딸을 뒷바라지했다. 특히 박 씨는 김연아를 강하게 몰아붙인 ‘철혈엄마’로도 유명하다. 아침엔 딸의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열었고, 밤엔 과천시민회관 빙상장으로 딸을 데려가 낮에 배운 기술을 복습시켰다. 모두 김연아를 세계 정상으로 만들기 위한 ‘사랑의 채찍’이었다. 김연아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내 딸은 피겨를 시키고 싶지 않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다.

빙판 위에서 요정과 여왕이 연기할 때마다 어머니들의 심장도 함께 뛴다. 타고난 재능이 꽃 피우기까지 어머니들은 인고의 세월을 함께 보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왼쪽)는 IMF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레슨비와 링크대여비를 대기도 빠듯한 상황에서도 딸을 위해 헌신했다. 스포츠동아DB
빙판 위에서 요정과 여왕이 연기할 때마다 어머니들의 심장도 함께 뛴다. 타고난 재능이 꽃 피우기까지 어머니들은 인고의 세월을 함께 보냈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왼쪽)는 IMF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져 레슨비와 링크대여비를 대기도 빠듯한 상황에서도 딸을 위해 헌신했다. 스포츠동아DB

● 아사다의 어머니, ‘발레리나 꿈, 딸을 통해 대신 이뤄’

일본의 주간지 ‘여성자신’은 5일 “아사다가 출국에 앞서 나고야 시내에 있는 어머니의 묘역을 찾아 올림픽 금메달을 맹세했다”고 보도했다. 아사다의 어머니 고 마사코 교코는 2011년 12월 간경변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캐나다 퀘벡에서 2011∼2012 국제빙상연맹(ISU) 그랑프리 파이널을 준비하던 아사다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했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어머니의 학창 시절 꿈은 발레리나였다. 아사다는 어린시절부터 어머니 손에 이끌려 발레를 배웠다. 피겨를 시작한 것도 발레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딸이 전문 피겨선수가 되자, 발레를 피겨에 활용하도록 기술적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아사다가 가장 힘들 때 떠오르는 사람으로 “엄마”를 꼽을 정도로, 어머니는 딸의 정신적 멘토였다.

● 리프니츠카야의 어머니, ‘피겨 요정을 만든 결단력’

리프니츠카야는 이번 대회의 신성이다. AP통신은 15일(한국시간) 리프니츠카야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다루기도 했다. 외신을 통해 알려진 성장과정을 살펴보면, 그녀의 어머니 다니엘 리프니츠카야는 마치 김연아의 모친을 연상시킨다. 4세 때 피겨에 입문한 리프니츠카야는 10세 때 고향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가 됐다. 어머니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딸이 모스크바로 피겨유학을 떠나도록 한 것이다. 리프니츠카야의 첫 번째 코치인 엘레나 레브코베츠는 “어머니가 진정한 영웅이다. 어머니의 결단력이 딸을 특별한 선수로 만들었다. 어머니는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항상 링크를 지켰다. 리프니츠카야가 어머니로부터 결단력과 성실함을 배운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리프니츠카야는 오만한 태도로 설화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든든하게 딸의 우산이 돼주고 있다. 그녀는 “많은 사람들이 딸에게 건방지다고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리프니츠카야는 아이일 뿐이다. 딸은 자신의 세계 안에서 앞만 보고 가고 있다”며 감쌌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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