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26일 서울역사박물관. ‘신동아’ 창간 80주년 기념 릴레이 강연에 나선 교수가 강연 중반쯤 이런 말을 꺼낸다.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입니다.” 그러면서 빔프로젝터에 뭔가를 띄운다. 김연아의 사진이다.
“제가 왜 이렇게 존경하느냐? 2등 미국 아이(58.80)랑, 3등 헝가리 아이(58.54)의 점수를 한번 보세요. 0.26점 차이로 2, 3등입니다. 0점 몇 차이로 메달 색깔이 갈리는 게 이 경기입니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는 76.28점입니다. 거의 18점 차이입니다. 저게 점수입니까. 저건 점수가 아니라 신(神)입니다. 우리 5000년 역사에 이렇게 압도적으로 세계를 이겨본 적이 있습니까. 죽을힘을 다해 아슬아슬하게 몇 번 이겼습니다. 제 기억엔 번번이 졌고요. 그래서 저는 이분이 무척 존경스럽습니다.”
이 점수는 2009년 11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나온 것이다. 김연아의 경기를 TV로 보다 소리 내 울었다는 이 교수는 “학문의 세계에서도 김연아 선수처럼 한번 해 보자”며 강연을 이어간다. 진화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최재천 국립생태원장(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얘기다.
평생 공부만 한 최 교수는 스스로 밝혔듯 ‘원래 눈물이 많은 남자’라 소리 내 울었을까. 김연아의 연기에 눈물이 날 뻔한 건 일본의 피겨 스타 안도 미키도 마찬가지다. 은퇴 후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안도는 20일 김연아의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보고 ‘대단했다. 정말 감동받았다. 울 뻔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적었다.
세계적인 피겨 스타와 지도자, 언론인까지. 그동안 김연아를 향한 찬사는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김연아가 자신의 우상이라 밝혔던 미국 피겨의 전설 미셸 콴은 2009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서 “모든 것이 완벽해 흠을 찾을 수 없다”고 극찬했다. 이 대회에서 김연아는 2위와 16.42점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사다 마오(일본)의 전 코치이자 ‘러시아 피겨의 대모’로 불리는 타티야나 타라소바는 지난해 11월 소치 올림픽을 전망하는 인터뷰에서 김연아를 언급했다. 타라소바는 여자 선수도 4회전 점프가 가능한지를 묻자 “예전에 내 제자가 시도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실패했다. 김연아가 (시도했더라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웬만해선 칭찬을 하지 않는 지도자로 알려진 그는 “김연아의 점프는 크고 높다. 김연아는 스케이터들의 완벽한 본보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타라소바는 자신이 가르쳤던 아사다의 경기력에 대한 질문에는 종종 “나는 그저 아사다를 사랑한다”는 말로 넘어가곤 했다.
김연아의 압도적인 경기력에 피겨도 여자 싱글 부문만은 골프처럼 1, 2부로 나눠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자도 있었다. 빙상 종목을 30년 넘게 취재한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의 필립 허시 기자는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 김연아의 경기를 보고 난 뒤 “피겨도 골프처럼 김연아를 위한 대회와 나머지 선수들을 위한 대회로 나눠야 한다”고 썼다. AP통신은 이 경기를 보고 “김연아와 비교할 만한 상대를 찾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영국 방송 BBC는 김연아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의 연기에 대해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였다”는 찬사를 보냈고,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는 “사소한 결점도 들춰낼 게 없는 무결점의 연기였다”고 표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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