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보드 美대표 출신 러시아 와일드, 2011년 결혼한 부인도 동메달 겹경사
노르웨이 바이애슬론 비에른달렌은 혼성계주 우승 통산 최다 13개째 메달
‘그는 어떻게 조국을 떠나 러시아를 위해 메달을 땄을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문구가 20일 미국 주요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등장했다. 마치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이야기 같아 보인다.
주인공은 19일 소치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PGS)에서 금메달을 딴 빅 와일드(28). 와일드는 미국 워싱턴 주에 위치한 인구 2000명 정도의 화이트새먼에서 태어나 자랐다. 부모는 모두 미국인. 7세 때부터 스노보드를 타기 시작해 성조기를 달고 미국 대표로 뛰기도 했다. 2009년 만난 러시아의 스노보드 선수 알료나 자바르지나(25)와 2011년 7월 결혼한 뒤 러시아 시민권을 얻었다. 아내 자바르지나도 남편에 앞서 같은 종목 여자부 동메달을 따 부부 메달리스트로 기쁨을 함께했다. 러시아 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와일드는 “아내와 맥주로 건배를 하고 싶은데 술을 금지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시상대 꼭대기에 올라선 와일드는 미국 대표 시절인 2007년 훈련을 하다 발목을 다쳐 선수 생활에 위기가 찾아왔지만 1년 이상 목발을 짚고 다닌 끝에 재기했다. 와일드는 “미국에 계속 있었다면 이미 은퇴해서 평범한 직장인이 됐을 것이다.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러시아에서 기회를 줬다”고 고마워했다. 와일드는 모스크바로 이주한 뒤 훈련 환경, 코치 등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와일드의 귀화에는 이 종목에 대한 지원이 줄어든 이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와일드의 어머니는 “미국에서 평행대회전은 TV 중계도 거의 되지 않는다. 훈련 지원금 받기도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스노보드 대표팀 관계자는 “더 나은 조건을 찾아간 와일드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로써 러시아가 19일까지 딴 금메달 6개 중 4개가 안현수, 와일드를 비롯한 귀화 선수에게서 나왔다.
한편 노르웨이의 ‘바이애슬론 영웅’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0)은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비에른달렌은 바이애슬론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 겨울올림픽에서 역대 신기록인 13개(금 8, 은 4, 동 1)의 메달을 수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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