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까지 용서가 안 되는데 현수는 이제 아무도 원망하지 말자고 하네요. 이제 제가 나서서 왈가왈부할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의 아버지 안기원 씨(사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안 씨는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경기를 소치 현지에서 지켜봤다. 개인 사정으로 19일 귀국한 안 씨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제 다들 알고 계실 거다. 한국에서 여건만 맞았으면 한국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땄을 거다. 하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팬들과 국민들에게 자기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현수가 정말 고맙고 대견하다”고 했다.
한국 빙상계에 대해 꽁꽁 닫혀 있던 안 씨의 마음을 녹인 것은 안현수가 보낸 문자 한 통이었다. 금메달을 딴 직후 보낸 문자에서 안현수는 “그동안 마음고생 심했던 거 다 이렇게 보상받았으니까 아빠도 저도 이제 마음 편히 놓고 한국연맹에 대해선 얘기 안 해도 될 거 같아요. 이 기회에 모든 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제 아빠도 좀 편하게 지켜보셔도 될 거 같아요”라고 썼다.
안 씨는 “올림픽이 끝난 후 현수가 다 말하겠다고 했으니 나는 더 할 말이 없다. 다만 한국 빙상계가 선수들이 편하게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된다는 것만은 말씀드리고 싶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셨으니 잘될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안 씨는 아들의 여자친구 우나리 씨(30)에게도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현수가 결혼하겠다고 하더라. 내가 데리고 살 것도 아니고 현수가 좋아하는데 말릴 수가 있나. 자식이 좋다는데 그냥 해야지. 현수가 러시아에서 혼자 외로울 때 도움을 많이 준 친구다. 러시아에서 둘이 잘 살면 된다”고 했다. 그는 또 “현수가 러시아 생활에 만족하고 있어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계속 거기서 살 것 같다. 나야 아들 얼굴을 자주 못 봐 섭섭하지만 본인 의사가 중요하다. 자기가 알아서 잘해 왔고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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