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을 앞두고 외국 기자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러시아의 ‘신성’ 율리야 리프니츠카야(16)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금메달을 딴다는 것이었다. 자국에서 대회가 열리기 때문에 심판들이 그에게 홈 어드밴티지를 줄 수밖에 없다는 게 근거다. 또 리프니츠카야를 총애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그를 금메달리스트로 만들기 위해 전방위적인 노력을 한다는 얘기도 퍼져 있었다. 실제로 리프니츠카야는 대회 초반 열린 피겨 단체전에서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실수를 하지는 않았지만 각각 72.90점과 141.51점을 기록했다. 합계 214.41점은 올 시즌 공식대회 최고점이다.
특별대우도 받았다. 피겨 단체전이 끝난 뒤 그는 혼자 모스크바로 날아가 전용 경기장에서 훈련했다. 언론의 취재는 엄격히 통제됐다. 김연아(24)와 같은 훈련 조에 배정을 받았지만 소치에는 대회 이틀 전에야 돌아왔다. 그래서 김연아와 같은 링크에서 훈련한 것은 한 번도 없다. 당돌한 이미지의 그는 김연아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준비를 해 왔다. 결과는 심판들이 말해줄 것”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얼굴에는 자신감과 도도함이 가득 묻어났다.
하지만 ‘여왕’과의 대면은 그에게도 큰 부담이었던 것 같다. 3조에서 연기한 김연아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은 게 큰 영향을 끼쳤다. 긴장된 얼굴로 빙판에 올라선 그는 세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플립을 뛰다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소치 올림픽 들어 연습 때든 실전에서든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던 그가 결정적인 순간에 큰 실수를 한 것이다.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던 리프니츠카야는 65.23점이란 저조한 점수로 5위에 그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그는 경기 후 “준비는 완벽했고 긴장을 하지는 않았다.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실수에 대해서 이유를 대거나 변명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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