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 안현수(29·러시아)가 8년만에 돌아온 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올림픽 3관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그 열쇠는 팀 동료인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32·러시아)가 쥐고 있다.
올시즌 1000m 월드컵 랭킹 10위, 500m 랭킹 3위에 올라있는 그리고레프는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1000m 경기에서 안현수와 환상적인 팀플레이를 펼치며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레프는 비록 나이는 안현수보다 많지만, '안현수의 수제자'로 꼽힌다. 그리고레프는 2002 솔트레이크올림픽과 2006 토리노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했고, 2010 밴쿠버올림픽에는 출전조차 못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안현수가 러시아로 귀화하면서 그리고레프의 인생은 바뀌었다. 안현수의 단거리 연습 파트너를 하면서 기량이 급속도로 성장한 '늦둥이' 그리고레프는 기존 에이스였던 세멘 엘리스트라토프(23)를 제치고 안현수와 러시아 쇼트트랙의 투톱을 이루고 있다.
한 빙상계 관계자는 21일 동아닷컴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안현수의 3관왕 여부는 그리고레프에 달려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그리고레프는 안현수가 특히 애정을 보이고 있는 남자 계주 종목에서도 든든한 뒷받침을 하는 선수다. 그 비밀은 178cm-83kg의 당당한 체구에 있다.
그리고레프는 비교적 체격이 작고 유연한 선수들에게 유리한 쇼트트랙에서 눈에 띄게 좋은 '덩치'를 최대한 활용한다. 2번 주자(앵커) 안현수에 앞서 러시아의 1번 주자로 출전하는 그리고레프는 막강한 파워로 안현수를 밀어줌으로써 안현수의 체력을 최대한 보존한다. 안현수는 아껴둔 체력을 바탕으로 레이스 후반부에 보다 자유롭게 추월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2006 토리노올림픽에서 안현수는 한국 유니폼을 입고 쇼트트랙 남자 1000m와 1500m, 남자 계주 50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3관왕에 오른 바 있다.
안현수는 2014 소치올림픽에서, 이번에는 러시아 국기를 달고 다시 한 번 3관왕에 도전한다. 이미 1000m에서 금메달, 15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안현수는 22일 남자 500m와 5000m 계주에서 2개의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안현수는 이날 2종목에서 2개의 메달을 추가할 경우,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과 더불어 역대 쇼트트랙 최다 메달(10개) 개수 타이를 기록하게 된다.
안현수는 전성기 시절과 달리 최근 500m를 주종목으로 하고 있다. 안현수는 2013 세계선수권 때 500m 은메달을 따내며 달라진 모습을 과시한 뒤, 2013-14시즌 4번의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획득해 500m의 1인자로 올라섰다.
또 러시아는 남자 5000m 계주에서도 중국과 금메달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캐나다와 한국, 미국이 모두 탈락하면서 5000m 계주 결승 A에는 러시아와 중국, 네덜란드, 카자흐스탄이 출전한다.
이날 한국은 500m에 박세영(21·단국대)와 이한빈(26·성남시청)이 나선다. 남자 5000m 계주 역시 동메달의 가능성을 노리고 결승 B에 출전한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그리고레프-안현수 사진제공=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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