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리(28·고양시청·사진)는 2014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보는 이의 마음마저 먹먹하게 만든 그 눈물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금메달을 받고 “도저히 울지 않을 수 없었던” 그녀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제가 아마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많이 다친 선수일 거예요. 정강이뼈 2개가 부러진 적도 있고, 허벅지 두 번 찢어지고, 아킬레스건 염증에 발등 뼈 골절, 어깨는 습관성 탈구가 있어서 코너 돌 때 정말 조심해야 하고요. 선수촌에 구급차가 와서 실려간 적도 많아요.”
조해리는 외동딸입니다. 귀하디귀한 딸이 초등학교 때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름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봐야 했던 부모님의 마음은 까맣게 타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작은 소녀는 끝까지 쇼트트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환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쇼트트랙선수치고는 나이가 많았지만, 죽을힘을 다해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제가 올림픽 운이 참 없었어요. 중요한 경기가 있을 때마다 다쳤고, 밴쿠버 때는 억울하게 실격(3000m 계주)을 당했죠. 그래서 이번 올림픽에도 도전했는데, 솔직히 준비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혹 제가 후배들에게 짐이 아닐까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어요. 그만큼 간절했어요.”
금메달을 따내던 순간 조해리는 “그동안 고생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고 했습니다. 딸이 다쳐 병원에 갈 때마다 속상함에 눈물을 훔치던 엄마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번에 4년만 기다린 게 아니에요. 될 듯, 될 듯 안 풀리던 제 쇼트트랙 인생을 걸고 도전한 거예요. (이)상화가 금메달(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을 땄을 때, 금메달을 만지며 기도했는데 좋은 기운을 받았나 봐요. 상화한테 고마워요.”
조해리는 그토록 갖고 싶었던 올림픽 메달을 손에 거머쥐었습니다. 그녀는 이야기 도중에도 마치 ‘이 순간이 믿겨지지 않는다’는 듯 목에 걸린 금메달을 계속 내려다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그리고 씩 웃으며 한마디 건넸습니다. “제 일대기를 책으로 쓰면 ‘대박’ 날 걸요. 하하. 제가 장담해요.”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슬픔이나 아픔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