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32·한신)이 첫 공식연습경기에서 시속 155km의 ‘돌직구’를 던졌다. 한신의 석불(石佛)을 훔치기 위한 센트럴리그 구단들의 첩보전도 본격화됐다.
25일 LG와 한신의 연습경기가 열린 오키나와 기노자구장. 경기 전부터 히로시마의 전력분석원들은 홈플레이트 뒤편 중앙석에 진을 쳤다. 한신의 전력을 탐색하는 일상적 업무이기도 하지만, 이날 공식적으로 선을 보이는 오승환에게도 큰 관심이 쏠려있었다. 산케이스포츠에서 한신을 담당하는 신야 고마쓰 기자는 “이미 오키나와 캠프 기간 중에 주니치와 요미우리의 전력분석원들도 오승환을 유심히 살폈다”고 전했다. 한신은 우승을 위해 오승환을 영입했다. 센트럴리그 왕좌를 다툴 팀들에게 오승환은 경계대상 1순위다.
한신이 2-6으로 뒤진 9회초. 마침내 돌부처가 마운드에 올랐다. 중앙석에 자리 잡은 LG 원정팬들이 먼저 “오승환”을 연호했다. 이제 그는 삼성의 마무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표 수호신이었다. 3루 쪽 한신 팬들도 오승환의 이름을 불렀다. 오승환은 선두타자 임재철에게 2루수 쪽 내야안타를 허용했지만, 배병옥과 문선재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최경철을 중견수 뜬공으로 요리하며 이닝을 마감했다. 1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 11개의 투구수 가운데 10개가 직구, 1개가 슬라이더(138km)였다. 전광판에는 최고 155km가 찍혔고, LG 전력분석 기준으로는 150km가 나왔다.
오승환은 “홍백전(20일)에서 맞은 홈런은 동료에게 몸쪽 공을 던지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다. 오늘은 야구장에 있는 모든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홈런을 맞지 않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구속은 큰 의미가 없다. 전광판이 이상한 것 같다. 밸런스는 좋았는데, 컨트롤은 더 가다듬어야 할 것 같다. 지금 컨디션은 200%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LG 김기태 감독 역시 “구위가 좋았고, 회전력도 뛰어났다. 일본야구 관계자들이 오승환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최고’라고 답하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오키나와 캠프를 마무리한 한신은 26일 오사카로 이동해 시범경기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