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스리그 요코하마전 3-0 승리 선봉 이동국·김남일 공백에도 경기 지배 2011년 K리그 신인왕 진면목 과시 전북서 두 번째 시즌 맹활약 기대감
선수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 전날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하는 건 에이스의 특권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출전은 보장된다. 물론 그만큼 사령탑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전북 현대에서는 이승기(26)가 그랬다.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예선 1라운드를 하루 앞두고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이는 최강희 감독과 이승기였다. 이날 이승기는 “우린 브라질 동계훈련 내내 정말 준비를 많이 했다. 요코하마가 강한 상대임에 틀림없지만 이길 자신이 있다. 특히 측면과 전방에서의 공격력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전했다.
정말 그랬다. 전북의 파괴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이승기가 자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종아리근육을 다친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과 핵심 미드필더 김남일이 발목 부상으로 출전 엔트리에서 빠졌지만 요코하마를 압도했다. 볼 점유율부터 6대4로 앞섰다. 물론 답답함은 있었다. 될 듯 될 듯 했지만 좀처럼 균형을 깨지 못했다. 오히려 요코하마 주장 나카무라 괴스케를 내세운 상대 역습이 전북을 위협했다.
역사가 시작된 건 후반 16분이었다. 원 톱으로 나선 카이오의 뒤를 받친 섀도 스트라이커 이승기가 해결사였다. 이규로가 요코하마 문전을 향해 길게 띄운 볼을 잡은 이승기는 상대 수비수의 태클을 피해 달려가던 탄력을 이용, 왼발로 골망을 갈랐다. 한 번 분위기를 탄 이승기가 후반 24분 쐐기골을 박았다. 2분 뒤 레오나르도가 페널티킥까지 성공시키며 완벽한 승리를 챙겼다. “반드시 이긴다”던 이승기의 말이 현실이 됐다. 당연히 경기 MOM(맨오브더매치) 역시 그였다. 홈에서 시원한 승리를 맛본 전북 서포터스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승기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기뻐했다.
이승기는 2011년 광주FC에 입단하면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8골2도움으로 광주의 돌풍을 진두지휘한 공을 인정받아 K리그 신인왕이 됐다. 이듬해 4골12도움으로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프로의 세계에서 흔하다는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이승기의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2013시즌을 앞두고 전북으로 이적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가장 스쿼드가 두텁다는 전북에서도 제 몫을 했다. 작년 후반기 갑작스런 부상 속에 일찍 시즌을 마쳤지만 21경기에서 5골3도움을 올려 스승의 신뢰를 얻었다.
그래도 뭔가 아쉬움은 남는다. 이승기가 전북행을 택한 이유는 오직 우승 트로피다. 빈손에 그친 전북에서의 첫 시즌은 씁쓸했다. 다행히 진짜 기회가 열렸다. 이승기가 골잡이의 면모를 각인시킨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