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H조 울산 현대와 웨스턴시드니의 공식기자회견이 열린 호주 시드니의 파라마타 스타디움.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AFC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단상을 보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유가 있었다. 홈팀인 웨스턴시드니 관계자들이 마이크 지지대를 구하지 못해 임시방편으로 청색 테이프를 이용해 마이크를 고정해 놓았던 것이다.
웨스턴시드니의 클럽 역사는 무척이나 짧다. 그러나 주목도는 무척이나 높다. 작년 호주 A리그에 처음 입성해 그해 우승을 차지했다. 단번에 축구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었다. 이탈리아와 독일 및 다민족 정착촌이 형성된 지역 특성을 고려해 선수 영입에 신경 썼다. 일본대표출신 오노 신지도 같은 이유로 구단에 입단했다. 2만명 규모의 경기장은 매 경기 1만5000명이 그라운드를 메울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구단의 자존감은 어느 팀보다 크다.
하지만 역사가 짧다보니 단점도 명확하다. 아마추어 행정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테이프 지지대’는 작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울산에 내준 훈련장도 많이 부족했다. 좋은 날씨에도 사계절용이 아닌 한국형 잔디와 비슷한 잔디를 깔았는데, 떡잎이 길어 그라운드가 미끄러웠다. 울산 선수들은 적응에 애를 먹었다. 24일 훈련장을 변경해 고강도의 실전 훈련을 치렀고, 25일 스타디움에서 공식훈련을 가졌다. 공격수 김신욱은 “홈 경기장 잔디 및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훈련장과는 다른 환경이라 크게 놀랐다”고 혀를 찼다.
숙소 배정은 더욱 아쉽다. 웨스턴시드니는 원정팀 숙소로 파라마타 스타디움 인근의 호텔과 10여분 거리에 떨어진 곳을 물색했다. 환경이나 편의시설, 등급에서 경기장 인근 호텔은 괜찮았다. 그러나 예약이 늦어지면서 지금의 호텔을 이용하게 됐다. 정작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AFC직원들이 처음에 물색했던 경기장 인근 호텔에 묵었다. 구단의 악의는 없다. 하지만 아마추어 행정이 불편하게 만들었다. 김영국 사무국장은 “아쉬움이 있지만 우리는 최고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고 쓴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