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KDB생명은 개막에 앞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 내내 기대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26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스타즈와의 원정경기에서도 71-81로 패하면서 10승20패를 기록해 사실상 3강이 겨루는 플레이오프 진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다.
그러나 KDB는 최하위에 그친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강호의 면모를 되찾는 데 실패했지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경기력은 점차 향상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외국인 센터 켈리 캐인(198cm·사진)의 활용도가 커진 점에 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의 전설’ 티나 탐슨의 존재로 인해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탐슨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것이 캐인에게는 전화위복이었다. 켈리는 이날도 28득점 12리바운드로 고군분투했다.
국내선수들에게는 캐인의 활약이 반갑다. 팀을 이끌고 있는 KDB생명의 포인트가드 이경은은 “티나(탐슨)가 있었을 때는 경기 때나 훈련 때도 켈리(캐인)의 의욕적인 모습을 보지 못했다. 팀에서 비중이 커지니깐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같이 뛰면서도 의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장신의 캐인이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주면서 이경은, 한채진, 이연화 등 외곽에 포진한 국내선수들의 플레이도 한결 수월해졌다. 이경은은 “수비가 켈리한테 몰리니깐 외곽에서 경기를 풀어나가기가 편하다. 외곽 찬스도 많이 난다. 켈리의 존재로 인해 제공권이 확실해져서 외곽슛을 쏘는 부담도 덜하다”며 캐인의 활약을 반겼다. 이경은은 이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켈리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경기력이 나아졌다. 올 시즌만 농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라도 승리를 통해 팀 분위기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우리 팀의 장점을 다시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3위 KB는 이날 승리로 16승14패를 기록해 4위 삼성생명(14승15패)에 1.5게임차로 앞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