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발길로 떠난 홍명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3일 03시 00분


6일 그리스와 평가전 위해 출국
황석호까지 부상으로 이탈 시름… 박주영도 소속팀 벤치 못 벗어나

2일 그리스 아테네로 떠난 홍명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45)의 얼굴은 어두웠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석 달여 앞두고 해외파를 점검하기 위해 6일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을 잡았는데 희망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이 홍 감독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홍 감독은 1일 열린 세레소 오사카와의 J리그 개막 경기에서 왼쪽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황석호(25·산프레체 히로시마) 대신 박진포(27·성남)를 합류시켜야 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허벅지를 다친 차두리(34), 왼쪽 발등 타박상을 입은 곽태휘(33·알 힐랄) 등 지난달 19일 발표한 대표팀 명단에서 3명이 부상으로 빠졌다.

본선 최종 엔트리 23명을 추리고 있는 홍 감독으로선 선수들의 부상 여파로 브라질행 항로를 계속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홍 감독은 “부상이라는 변수를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모른다. 본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려면 예측 불가능한 부분들까지 예상하고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지금부터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박주영(29·왓퍼드)은 여전히 고민거리다. 박주영은 2일 열린 블랙풀과의 안방경기에서 팀의 4-0 완승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명문 아스널에서 챔피언십(2부)으로 임대 이적한 후에도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적 후 가벼운 무릎 부상으로 4경기 연속 결장하다 지난달 23일 볼턴전에 선발 출전했는데 이번에 다시 결장했다. 이적 후 단 2번 그라운드에 나섰다.

홍 감독으로선 하부리그로 내려가서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박주영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박주영이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홍 감독도 ‘최종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주영에 대한 고민은 홍 감독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동메달)와 2012년 런던 올림픽(동메달)에서 진가를 보여준 박주영은 대표팀의 공격력 강화에 필요한 카드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차범근 전 수원 삼성 감독은 “벤치에 앉는다는 것은 언제든 출전할 수 있는 몸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홍 감독은 “소속 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선수를 선발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하면서 박주영은 골칫거리가 됐다. 홍 감독은 “이번 그리스전이 박주영을 점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박주영을 선발했다. 그의 표정이 밝지 못한 이유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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