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경남에 김영광 임대때 구두 합의” 경남 “계약 조항 없고 골키퍼 대안 없다” 신사협정 준수 vs K리그 흥행 등 입장차
원 소속팀 배려·승부조작 방지 목적으로 유럽리그서도 친정팀과 경기는 안 뛰어 기성용·백지훈 경우 출전금지 조항 명시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울산 현대와 경남FC가 맞대결에서 골키퍼 김영광(31·경남)이 뛸 수 있는지를 놓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울산과 경남은 16일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클래식 2라운드를 벌인다. 올 시즌을 앞두고 울산에서 경남으로 1년 임대된 김영광의 출전 여부가 관심이다. 임대 선수는 원 소속 팀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울산과 경남이 주고받은 임대계약서에는 김영광의 출전금지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울산 송동진 단장은 “우리와 경기에 김영광이 뛸 수 없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경남 측에서 양 팀 감독이 합의한 사항인데 굳이 문서화할 필요까지 있느냐고 해서 안 넣은 것이다. 일종의 신사협정이다. 경남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경남 서태원 홍보팀장은 “처음에 김영광을 무상으로 임대하려 할 때 양 팀 감독 합의가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이후 유상임대로 바뀐 시점에서 정확한 합의가 없었다. 우리는 적지 않은 임대료를 주고 김영광을 데려왔다. 계약서에 출전금지 조항도 없는데, 우리가 김영광을 내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 계약서 vs 신뢰
경남은 김영광을 출전시킬 수밖에 없는 팀의 현실적인 상황과 K리그 흥행 등 다양한 근거를 댔다. 경남은 김영광, 박청효, 손정현 등 3명의 골키퍼가 있다. 서 팀장은 “김영광의 백업 1순위 박청효는 어깨 부상이다. 손정현은 신인이라 이제 막 프로훈련을 시작했다. 김영광 외에 대안이 없다. 클럽은 팬들에게 매 순간 최고의 품질로 최상의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김영광과 김승규(울산 주전 골키퍼)의 승부도 큰 볼거리다. 넓은 시각에서 K리그 발전을 생각할 필요도 있다”고 조목조목 이유를 들었다.
울산은 구두 합의를 이행하자는 입장이다. 울산 김영국 사무국장은 “우리는 무상이든 유상이든 김영광을 처음부터 임대 보낼 생각이 없었다. 경남이 간곡히 필요하다고 해서 다 같이 발전, 상생하자는 측면에서 김영광을 보냈고 그 과정에서 우리와 경기에는 뛰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계약서에 없다면서 지금에 와서 말을 뒤집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단 칼자루는 경남이 쥐고 있다. 계약서에 출전금지 조항이 따로 없어 김영광이 뛰는 데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울산 주장대로 경남이 구두 합의를 해놓고 말을 바꾸는 것이라면 도덕적인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 임대선수 친정경기 왜 못 뛰나
임대 선수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원 소속 팀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 K리그 뿐 아니라 유럽 등 모든 프로리그가 비슷하다. 일단 임대를 보낸 구단은 그 선수가 친정 팀에 비수를 꽂는 사태를 원치 않는다. 승부조작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임대 선수가 원 소속 팀에 회유나 압력 등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남 서 팀장은 “우리는 김영광에 대해 강한 신뢰감을 갖고 있고, 김영광도 울산과 경기는 꼭 뛰고 싶다고 의욕을 보인다. 이 부분은 이번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은 두 구단이 임대계약서를 쓸 때 출전금지 조항을 삽입한다. 수원삼성은 올 시즌 백지훈을 울산에 1년 무상임대 보내며 ‘수원과 경기는 뛸 수 없다’는 내용을 적시했다. 작년 여름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에서 선덜랜드로 1년 임대 간 기성용도 친정 팀과 경기는 뛰지 않고 있다. 기성용 에이전시 C2글로벌 관계자는 “기성용이 스완지시티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조항이 계약서에 들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