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 없이 타자앞 자유자재로 움직여… 국내선 볼 수 없었던 ‘최후의 마구’
롯데 옥스프링 시범경기서 던져 화제… 채병용-배영수도 실전용 다듬고 있어
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NC의 시범경기 4회말에 인상적인 장면이 나왔다. 타석에 선 NC 나성범은 5구째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롯데 포수 강민호가 이 공을 놓쳤다. 나성범은 그 틈을 타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1루로 출루했다. 강민호는 경기 후 “주자가 있을 때 이 공을 던지라고 하기 힘들 것 같다. 우선 내가 공을 잡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강민호가 말한 이 공은 ‘마구 중의 마구’로 꼽히는 너클볼이다. 이날 롯데 선발 투수로 등판한 옥스프링은 7개의 너클볼을 던졌다. 3회말 에릭 테임즈를 상대로 너클볼 3개를 던져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4회 나성범에게는 5개 중 4개가 너클볼이었다.
옥스프링뿐 아니다. SK 투수 채병용과 삼성 투수 배영수도 너클볼을 실전용으로 가다듬고 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선수들이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구종이 바로 너클볼이다.
○ 왜 너클볼인가
너클볼은 검지와 중지의 손톱 끝을 공에 대고 밀듯이 던지는 구종이다. 투수에 따라 약지까지 세 손가락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 공은 회전을 하지 않고 타자 앞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그래서 궤적을 그릴 수가 없다. 던지는 투수는 물론이고 받는 포수도 어디로 갈지 모른다. 매력적이면서도 위험한 구종인 이유다.
어깨나 팔꿈치에 엄청난 무리가 가는 다른 구종에 비해 너클볼은 그리 많은 힘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 든 투수들이나 구위가 예전 같지 않은 투수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구종이기도 하다.
최근 너클볼로 큰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선수는 메이저리그 토론토에서 뛰는 R A 디키다. 평범한 투수였던 디키는 너클볼을 자기 공으로 만들면서 단번에 수준급 투수가 됐다. 38세이던 2012시즌에는 너클볼 하나로 20승(6패)을 거두며 너클볼러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너클볼을 던진 투수는 1982년 OB(현 두산)의 에이스였던 박철순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느린 커브와 큰 차이가 없었고 오히려 장타를 허용하기 일쑤였다.
옥스프링, 채병용, 배영수도 너클볼 전문 투수로 전향을 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너클볼은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
○ ‘그림의 떡’ 너클볼러
전문 너클볼러가 되고자 했던 국내 선수로는 장정석 넥센 매니저와 김경태 SK 재활군 코치 등을 꼽을 수 있다. 2003년 KIA에서 외야수로 뛰던 장 매니저는 너클볼 투수로 변신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그는 “제구가 문제였다. 공의 움직임은 좋았지만 마음먹은 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었다”고 했다.
너클볼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손톱이 강해야 한다. 김 코치는 “너클볼을 연습하면서 검지와 중지 손톱이 여러 차례 부러졌고 손톱 안에는 항상 멍이 들어 있었다. 손톱이 약한 투수는 몇 번만 던져도 손톱이 깨지기 일쑤”라고 했다.
너클볼은 적당한 스피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타자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기 십상이다. 공의 궤적은 일정하지 않을지 몰라도 타자의 몸쪽 또는 바깥쪽 등으로 방향은 조절해서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위기 상황에서 너클볼 투수를 믿고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김 코치는 “한국 투수들도 구위로만 보면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 결국 너클볼러가 자리 잡을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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